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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맥도날드 발 빼고, 中 알리바바 8632억 후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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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호 01면

[뉴스분석] 올림픽 기업 마케팅 전쟁 … 윤성빈 헬멧 만든 HJC 뜻밖의 홍보 효과

#1. 16일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스켈레톤 금메달을 딴 윤성빈이 쓴 아이언맨 헬멧(사진)이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언맨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라며 “트랙의 얼음 위를 지나가는 모습이 영화 속 아이언맨이 날아가는 모습과 비슷해 특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헬멧은 국내 모터사이클 헬멧 전문업체인 홍진HJC가 만든 맞춤형 제품이다. 3차원 스캔을 통해 두상을 뜨고 첨단 복합소재를 적용해 무게를 기성품보다 40~50g 가벼운 630g으로 낮췄다. 홍진HJC는 마블과의 협업을 통해 아이어맨은 물론 스파이더맨·데드풀·고스트라이더 헬멧 등을 내놓았다. 윤성빈의 선전으로 뜻하지 않은 홍보 효과를 얻게 됐다.

알리바바 중국 기업으론 첫 계약 #IT 기업 변신한 인텔은 드론쇼 #‘올드 보이’ 맥도날드·IBM·코닥 #투자한 만큼 수익 안 나자 이탈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인텔 기술팀이 드론 라이트 쇼를 진행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월드와이드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었고, 2024년까지 올릭픽을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사진 인텔]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인텔 기술팀이 드론 라이트 쇼를 진행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월드와이드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었고, 2024년까지 올릭픽을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사진 인텔]

#2. 9일 올림픽 개회식의 숨은 주인공은 인텔이었다. 드론 1218대가 군무를 펼치다가 다양한 형상과 오륜마크를 그려낸 ‘드론 라이트 쇼’는 행사의 백미로 꼽혔다. PC용 프로세서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인텔은 드론·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을 다루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올림픽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고 새로운 기술력을 널리 알리는 장으로 평창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은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세계를 상대로 브랜드와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수의 기업이 소액 후원금으로 올림픽 브랜드를 마구잡이로 사용했다. 세계화와 함께 다국적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이 본격화되자 ‘마케팅의 달인’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올림픽 명칭을 사용해 홍보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올림픽 파트너(TOP·The Olympic Partner)’ 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도입했다. 4년 단위로 묶어서 파는 TOP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인텔 외에도 삼성전자·코카콜라·비자카드·도요타 등 13곳이 참여했다. IOC는 “현재 TOP는 역대 가장 많은 수”라며 올림픽 마케팅의 효과를 자랑하지만 과거보다 힘이 빠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창 겨울올림픽 파크 안에 세워진 맥도날드 매장 전경.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음료컵으로 구성된 햄버거 세트를 본땄다. 맥도날드는 평창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41년 간의 올림픽 공식 파트너 관계를 정리한다. [사진 맥도날드]

평창 겨울올림픽 파크 안에 세워진 맥도날드 매장 전경.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음료컵으로 구성된 햄버거 세트를 본땄다. 맥도날드는 평창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41년 간의 올림픽 공식 파트너 관계를 정리한다. [사진 맥도날드]

실제로 ‘올드 보이’들의 이탈이 눈에 띈다. 76년부터 올림픽을 후원했던 맥도날드는 평창을 마지막으로 41년 인연을 끊는다. 맥도날드는 “글로벌 성장 전략을 재검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투자 대비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리우 올림픽 흥행 참패가 결정적 배경이 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3110만 명이던 미국 내 프로그램당 평균 시청자 수는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2580만 명으로 줄었다. 반면 후원 비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TOP 스폰서십의 경우 4년간 1억 달러(약 108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IOC가 2021년 이후에는 이를 두 배로 증액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비슷한 이유로 오랜 기간 후원해 온 IBM·코닥·존슨앤드존슨·UPS·제록스 등이 이탈했다.

새로 진입하는 기업도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1월 중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TOP 계약을 맺고 2028년까지 올림픽을 후원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2년간 후원 금액은 약 8억 달러(약 8632억원)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올림픽 국내 파트너인 KT가 5G 서비스로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지급한 갤럭시노트8 올림픽 한정판 에디션. 삼성전자는 올림픽 월드와이드 공식 파트너 13개사 가운데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지급한 갤럭시노트8 올림픽 한정판 에디션. 삼성전자는 올림픽 월드와이드 공식 파트너 13개사 가운데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사진 삼성전자]

반면 TOP의 하나인 삼성전자는 참가 선수들에게 ‘갤럭시노트8 올림픽 에디션’을 지급한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개최지에 세웠던 대규모 홍보관도 이번에는 만들지 않고 평창에 체험관만 운영한다. 2014년 신동빈 회장이 대한스키협회장을 맡은 후 올림픽 후원사로 평창 띄우기에 나섰던 롯데도 오너의 구속이라는 돌발 상황에 주춤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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