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마늘 소녀들'이 세계 1·2위 캐나다와 스위스에 이어 세계 4위이자 컬링종주국 영국까지 쓸어버렸다.
한국여자컬링대표팀(세계 8위)은 17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예선 4차전에서 영국을 7-4로 꺾었다. 영국은 컬링 종주국 스코틀랜드에서 왔다. 세계 4위이자 2014년 소치올림픽 동메달팀이다.
앞서 한국은 캐나다(1위), 스위스(2위)를 제압한데 이어 영국까지 눌렀다. 한국은 일본전 패배를 포함해 3승1패를 기록했다. 여자부는 10팀이 예선에서 한 번씩 맞붙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4강 진출팀을 가린다.
영국은 1엔드를 일부러 무득점으로 만들고 2엔드에 다득점을 노리는 '블랭크 엔드' 작전을 썼다. 하지만 영국은 3엔드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한국은 4엔드에 1점을 얻었다. 양팀은 5엔드와 6엔드에 1점씩 보탰다.
한국은 유리한 후공을 잡은 7엔드에 김은정의 마지막샷이 너무 강해서 2실점을 허용해 2-4로 끌려갔다. 한국은 8엔드에 김경미가 더블테이크아웃으로 유리한 포지션을 만들었다. 스킵(주장) 김은정이 정확한 딜리버리로 하우스 중앙의 가까운 곳에 스톤을 2개를 위치시켜 4-4를 만들었다.
영국은 9엔드 막판 스킵 뮤어헤드가 실수를 범해 한국이 2점을 스틸했다. 한국은 10엔드에 한점을 더 보태 승리했다.
한국여자컬링대표팀은 의성 여·중고 출신들로 구성됐다. 2006년 의성에 컬링전용경기장이 생겼다. 김영민(27)는 고1때 친구 김은정(28)과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동생 김경애(24)는 컬링장에 물건을 건네주러 왔다가 얼떨결에 따라하게 됐다. 김경애가 학교 칠판에 '컬링할 사람 모집'이라고 적었는데, 김경애 친구 김선영(25)이 자원했다.
한국은 스킵 김은정·리드 김영미·세컨드 김선영·서드 김경애·후보 김초희(22)로 구성됐다. 컬링은 보통 스킵(주장)의 성(姓)을 따서 팀명을 붙인다. 한국은 김은정의 성을 따서 '팀 킴'이다.
취미로 컬링을 시작한 '의성 시골소녀'들이 세계 컬링계를 휩쓸고 있다. 의성군 인구는 5만3474명에 불과하다.
대회 전 '의성에서 특산물 마늘만큼 유명인사 아니냐'는 질문에 김은정은 "저희가 평창에서 마늘보다 유명해질 수 있을까요"라며 웃었다. 진짜로 의성 마늘보다 더 유명해질 기세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