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선 이재명·전해철 ‘양강’ … 야당선 남경필·최중경 경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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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관한 한 경기도는 알쏭달쏭한 곳이다. 바람이 불면 쏠림 현상을 보였지만, 특정 정치 세력을 계속해서 지지하는 경우는 또 드물었다.

경기도지사 #이재명 대중성 vs 전해철 정치세력 #심상정 출마 땐 한국당 유리해져 #남 지사 측 “도정 지지율 높아 자신” #홍준표, 남 지사 대안 최중경 꼽아

남경필

남경필

현 시점에서 이 지역의 6월 지방선거는 재선에 도전하는 자유한국당 남경필 지사의 수성이냐, 높은 당 지지율에 기반을 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의 교체냐로 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 짚어야 할 변수가 많다.

우선 민주당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전해철 의원의 양강 구도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의미한 패배’를 당했던 대중 정치인(이재명) 대(對) 문재인 대통령 핵심 측근(전해철) 간 경쟁으로 요약된다.

이 시장은 청년배당·무상교복 등 무상 시리즈로 박근혜 정부와 맞서며 몸값을 올렸다. 탄핵 국면에선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사이다란 별명을 얻었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주무대로 하는 열혈 지지층도 많다.

전해철

전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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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의원은 민주당의 주류 세력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의 적통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냈고, 이호철(전 민정수석)·양정철(전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문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3철’ 중 한 명이다. 이 시장과 전 의원의 대결은 대중성과 세력 간 일전인 셈이다.

이밖에 양기대 광명시장도 지난 1월 25일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양 시장은 지난 12일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6000억원 규모의 청년도전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재명

이재명

수성에 나서는 한국당 소속 남 지사는 당내 경선보다는 본선에 시선이 향한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JTBC 썰전 등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다가 최근에는 이재명 시장과 나란히 TV에 출연해 적폐청산과 청년 정책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남 지사 측 관계자는 “최근 아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가정사에 어려움이 있지만 높은 인지도에 안정적인 도정 지지율, 현역 프리미엄을 더하면 본선에는 무난히 나갈 것으로 본다. 중요한 건 본게임”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남 지사의 대안으로 “경기도의 자존심이 될 수 있다”고 치켜세운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들 외에 한국당 수원갑 당협위원장인 박종희 전 의원이 12일 “경기도라는 이름 외엔 다 바꾸겠다. 정쟁·부패·포퓰리즘이 없는 ‘3무(無) 도정’을 펼치겠다”며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번 선거에서도 구도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이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의당까지 더한 3자 구도가 되면 한국당 후보가 유리해질 수 있다. 심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지난 1월 26일 “당과 눈치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현재까지 모호한 입장이다.

후보군의 이름이 오르내리진 않지만, 바른미래당에서도 후보를 낼 가능성이 있다. 바른정당 최고위원 출신 하태경 의원은 “(탈당해 한국당으로 돌아간) 남 지사와 단일화할 계획 없고,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치러진 총선·대선 때의 경기도 표심과 역대 경기지사 선거 때의 표심은 사뭇 다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도내 60석 중 40석을 휩쓸었다. 지난해 대선 때 양상도 비슷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42.1%를 득표해 안철수(22.9%)·홍준표(20.8%) 후보를 압도했다. 1~2년 전만 놓고 보면 뚜렷한 여당 우위다.

그런데 역대 경기지사 선거 결과는 달랐다. 6번의 경기지사 선거에서 현 여권 계열 후보가 당선된 건 1998년 6월 2회 지방선거 때의 임창열 후보가 유일하다. 민주당 계열과 한국당 계열 후보가 3번씩 나눠 당선됐던 서울시장 선거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역대 지방선거 전적만 살펴보면 경기도의 정치 지형은 보수 우위인 셈이다.

정치권에선 투표율이 낮으면 한국당 계열에 유리하다는 게 통념이다. 지방선거의 전국 평균 투표율은 1995년 제1회(68.4%)를 제외하곤 매번 60%를 밑돌았는데, 경기는 제2회 선거를 제외하곤 매번 평균에 못 미쳤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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