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신성' 김민석의 운수 좋은 날

모든 것이 이렇게 잘 풀릴 수가 있을까. '빙속 신성' 김민석(19·성남시청)이 아시아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게 하려고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13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김민석이 플라워 세리머니에 참석해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김민석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김민석은 13일 저녁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ｍ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 파트릭 루스트(네덜란드)에 이어 3위다. 아시아 선수가 겨울올림픽 빙속 남자 1500ｍ에서 메달을 딴 것은 김민석이 처음이다.

15조 인코스에서 뛴 김민석은 경기 초반 다소 느렸지만, 700m부터 스퍼트를 올려 중간 3위까지 올라섰다. 기록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겸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1분46초05의 기록보다 약 1초 빨랐다.

하지만 뒤에 6명의 선수가 남아있었다. 특히 유력한 메달 후보인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2위 쿤 페르베이(네덜란드)를 비롯해 1500m 강자들이 있었기에 동메달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페르베이와 같이 달리던 요한슨 알란 달(노르웨이)이 넘어지는 변수가 생겼다. 페르베이는 순간 페이스가 흔들렸고, 1분46초26으로 11위에 그쳤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넘어진 요한손 알란 달(노르웨이). [AP=연합뉴스]

덩달아 17~18조 선수들도 흔들리게 됐다. 알란 달이 넘어지면서 손상된 얼음을 정빙해야 했고 5~6분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선수들의 몸은 굳었다. 결국 남은 4명 모두 김민석보다 느린 기록을 세웠다. 만약 김민석이 알란 달 뒤에서 달렸다면, 다른 선수들처럼 컨디션이 흔들려 기록이 더 안 좋았을 수 있다.

김민석의 매니지먼트사 SM갤럭시아 관계자는 "민석이가 최근 컨디션이 무척 좋아서 기대가 컸다. 이날 경기에선 시즌 최고 기록(1분43초29)이 나오지 않았지만, 1분44초대가 나와서 메달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선수들의 기록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아 메달을 땄다"고 했다.

이강석 KBS 해설위원은 "민석이가 운이 좋았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먼저 44초대를 기록했기 때문에 좋은 운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