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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립 상담소 청소년 호소 감당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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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려는 청소년들이 많아짐에 따라 상담기관은 늘고 있으나 상담원의 질은 이에 미치지 못해 만족할만한 상담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학생·중학생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린이보호회의 「신나는 전화」의 경우 85년에는 3천7백20건의 상담이 들어왔으나 86년에는 9천7백38건, 87년에는 1만2천9백94건으로 계속 늘고있다. 이중 학부모의 상담은 5%에 지나지 않아 대부분 청소년이 직접 상담을 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청소년연맹 상담실 문영란간사는 『85년 이후 「상담실의 난립」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청소년 상담실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하고 서울에 있는 청소년 상담실만도 20∼30군데는 될 것으로 추산했다. 청소년들이 상담해오는 내용은 각양각색. 학업·진로문제에서 이성교제·성문제·교우관계·가정문제·선생님과의 관계·외모·성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같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풀 수 있게끔 도와주기에는 대부분의 상담원들이 역부족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
H원에서 실시한 1년 과정의 상담원교육을 이수하고 약2년간 전화상담원으로 활동했던 조춘보씨(39·주부)는 『상담원가운데 어떤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에 능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내가 반드시 풀어주겠다」고 과욕을 부려 계속 상담에 응하다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자기 스스로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들려준다.
한국여성개발원이 87년 정부소속 3백여 상담기관의 상담원 3백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상담원 실태보고」에도 61.2%가 고졸이하의 학력 소지자며 4년제 정규대학이상 졸업자는 24.6%에 불과해 상담원으로서의 전문지식과 기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바 있다.
민간단체의 경우 상담원은거의 예외없이 자원봉사자로 채워져 있다. 단체들은 상담봉사 희망자를 모집, 짧게는 6개 강좌에서 20∼30개 강좌를 교육한 후 수료자에게 상담을 맡기는 것이 통례. 따라서 전문적인 상담보다는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상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어린이보호회 정혜영간사는 『무보수인데다 구속력이 없고 일시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아 지속적인 상담이 어렵고 상담원으로 경험을 축적하는데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혜성교수(이화여대·교육심리학)는 미국등 선진외국처럼 자격증을 소지한 상담심리전문가가 상담을 맡도록 해야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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