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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문화|TV쇼·외화 인기좌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최근 KBS·MBC 양TV의 인기프로들은 전부 10대가 만들고 있다.
여기서 소위 인기프로라는 것은 시청률이 높은 프로를 말하는데 이 시청률을 바로 10대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선『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가요톱 10』『화요일에 만나요』『쇼비디오자키』등의 쇼프로는 단연 10대들이 가장 많이 보는 프로로 시청률 조사 때마다 언제나 높은 순위를 지키고 있다.
10대는 또 직접 이들 쇼프로 제작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기까지 하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쇼에서 들려오는 찢어질 듯한 괴성은 이제 TV쇼에서 가장 중요한 효과음이다.
『까-성수오빠….』
지난달 30일 생방송『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M-TV)의 녹화장.
인기가요 『남남』으로 유명한 가수 최성수가 현란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위에 오르자 어린 여학생들의 높은 소프라노음이 일제히 터진다.
그들에게 전영록·이문세·구창모·김범룡등 세칭 톱가수들은 모두 오빠다. 그리고 그 오빠 앞에는 꼭 『까』『아!』『야…』등의 괴성이 붙어다닌다. 『TV화면은 좁고 답답해요. 녹화장에 나와야 좋아하는 오빠(?)들의 노래를 생음악으로 들을 수 있잖아요.』
『돈내고 콘서트에 가는것 아닌 다음에야 이렇게 인기스타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잖아요. 저는 이문세 오빠가 너무좋아요.』
앳된 얼굴의 여학생들은 이렇게 대답하면서 시선은 결코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온 여학생들이 대부분으로 옆에는 묵직한 책가방이 놓여있다. 비명뿐만 아니다.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는 극성파도 많다.
바로 10대들의 열광때문에 KBS·MBC 양TV의 쇼들이 완전히 10대 취향이다. 빠른 템포의 음악·요란한 조명·자극적인 율동·감각적인 소도구들의 사용 등으로 보는 이들의 넋을 쏙 빼놓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TV는 10대들에게 점령당해 있다. 쇼프로뿐만 아니라 10대들을 겨냥한 드라마나 오락프로등도 많다.
K-TV의 『사랑이 꽃피는 나무』와 『푸른교실』이 각각 청소년용 드라마이며 K-TV의 『비바청춘』, M-TV의 『젊음은 가득히』는 모두 똑같이 고교탐방프로로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비바청춘』『젊음은 가득히』등은 고교생들이 직접 개그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10대들의 은어·비속어가 여과없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어 이를 비난하는 어른들도 많다. 그러나 양TV는 10대들의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그들의 모습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TV의 10대 지향성은 정규외화를 보면 금방 드러난다. 『전격Z작전』『A특공대』(K-TV), 『특수공작원 아이언맨』『맥가이버』『립타이드』(M-TV)등의 폭력외화가 TV에 범람하고있는데 이들 외화들은 청소년대상 시청률 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10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모두 교양프로가 좋다고 하면서도 정작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쇼·의학』라며 시청자의 핵을 이루는 10대를 TV가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실토한다.
그러나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는 TV가 10대의 취향을 먼저 만들어놓고 계속 저질 오락물로 그 취향에 영합하고 있다』면서 TV가 10대들의 의식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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