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야」 감당할 수 있을까

민정 당은 새 국회 의장 후보를 내정하고 대표 위원을 비롯한 당직을 전면 개편함으로써 총선 후의 정국에 대처하는 새 진용을 구성했다.
특정 정당의 인사를 잘됐다, 못됐다고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집권의 당직 개편이 현재의 정치 상황이 절실히 요청하는 몇 가지 요소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총선 후의 정계 판도가 민정 당으로서는 창당 후 처음 경험하는 일종의 위기상황이요,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들과의 협상, 타협이 민정당의 최대 과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민정 당으로서는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갈 거당 태세를 갖추고 대야 협상력 강화에 개편의 주안점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 사무총장·원내총무 등 핵심 당직에 노태우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들이 임명된 것을 보면 노 대통령이 당을 친정 체제로 이끌어 나가고 심복을 통해 앞으로 가장 중요한 대야협상도 직접 컨트롤해 나가겠다는 뜻이 아닌가 보여진다.
아닌게 아니라 13대 국회에서는 3개 야당의 3김씨와의 협상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직접 대야 협상에 나서는 구도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민정 당은 협상 경험이 빈약하고 자력의 정치 기반을 가진 이른바 실력자라고 불릴만한 인물도 극히 적은 편이다. 따라서 앞으로 비대해진 야당과의 협상을 민정 당이 잘해 낼 수 있을지는 이번 개편을 보고도 솔직히 의심스럽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민정 당으로서는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거당 태세의 확립도 이번 개편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당내 일부에서는 새 진용에 불만을 표시하고 당력 결집이 제대로 안됐다고 평가한다는 소식이다. 전례 없는 총선 대패의 원인규명이나 자체 반성 및 그에 입각한 개선 방안이 개편에 반영돼야 하고 당 지도부의 의중뿐 아니라 소속의원, 낙선자들의 기대도 최대한 존중돼야 당의 단합과 활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개편은 전과 다름없이 소수의 협의만을 거쳐 하향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당의 민주화, 활성화라는 노 대통령의 선거 공약과도 맞지 않는다. 경선까지는 못하더라도 원내총무는 의원 총회의 인준을 받게 하는 정도의 민주적 절차를 왜 못하는지 답답하다.
이번 당직개편 과정에서는 민정당의 인물 빈곤이 많이 지적되었다. 가용 인력 중에서 사람을 고르자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사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기회에 민정 당은 왜 인물 빈곤이 됐는지 그 원인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내에 1백 몇십 명의 국회의원이 있고 수천 명의 중앙 위원 등이 있지만 자기 목소리로 말하고 자기방식으로 정치한 사람이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줏대 있고 바른 말하는 사람을 경원하고 고위층 눈치에 따라 움직이는 당의 풍토가 사람을 기르지 못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임명되면 간부지만 당직만 떨어지면 평의원 중의 한사람이 되고 당직이 있든 없든 무게와 중망이 느껴지는 정치인이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지금까지의 민정 당이다. 이런 현실을 과감하게 고쳐 나가지 않으면 민정당의 인물 빈곤 현상은 가중돼 나갈 수밖에 없다.
정치 변혁이 잦다보니 우리 정계에 원로가 없다시피 한 것도 문제다. 국회 의장, 집권당 대표 위원 등의 중직에는 사회적으로 중망이 있는 원로가 앉아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중망 있는 원로라면 정치 경력과 연령도 있어야 하지만 민주화 기여, 경력, 어려울 때의 과감한 소신 개진 등 일반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덕목의 축척도 객관적으로 인정돼야하는 것이다.
새 진용이 펼칠 집권당의 활성화와 타협의 정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