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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흥으로 통한 공연"

중앙일보

입력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남자는 배''여자는 항구'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등 남한 가요와 서양 교향곡이 포함됐다. [사진 공동취재단]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남자는 배''여자는 항구'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등 남한 가요와 서양 교향곡이 포함됐다. [사진 공동취재단]

 “역시 하나다.”
 8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ㆍ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을 관람한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통일의 이야기가 나오고 아리랑이 나왔을 때 한민족으로 만나는 따뜻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함께 공연을 관람한 이승정 한국예총 부회장과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도 “남과 북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 북한예술단의 공연이 감격스러웠다”“혹시 정치적인 쪽으로 흐를까 마음을 졸였는데 흥으로 통한 공연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삼지연관현악단 강릉 공연

이날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ㆍ15 민족통일대회 이후 15년 6개월 만에 성사된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이었다. 140여 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조직된 일종의 ‘프로젝트 악단’으로 오케스트라가 80명 정도고, 나머지는 합창단원과 가수, 무용수다.

관객 입장은 오후 7시30분부터 이뤄졌다. 공개된 무대는 가로 14m, 세로 16m 규모였다. 극장 측은 무대 앞 좌석인 70석을 비우고 무대공간을 넓혔다고 밝혔다. 이에 총 좌석 998석인 사임당홀은 방송장비를 배치한 객석공간을 제외하고 902석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일반 응모관객 560명과 초청관객 252명 등 총 812명이 관람했다. 무대는 지휘자를 중심으로 전자음악 연주단체인 모란봉악단이 중앙에 배치됐고, 관현악단이 좌우로 나눠 앉았다. 맨 뒤에는 타악기들이 몰려 앉았다. 공연에 앞서 사회자는 “우리 삼지연 관현악단은 이번 올림픽경기대회를 민족의 경사로 생각한다”며 “저희가 성의껏 마련한 소박한 축하의 노래로 이번 축제가 더욱 빛이 나고 우리 민족이 강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공연의 문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북한 노래인 ‘반갑습니다’로 열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8명의 여가수가 힘찬 목소리와 호응을 유도하는 율동으로 공연 초반부터 관객을 사로잡았다. 다음으로 정동중의 겨울 풍경의 역동적으로 묘사한 ‘흰눈아 내려라’를 비롯해 평화를 형상화한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전자악기의 경쾌한 반주를 곁들인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등 북한 노래들이 이어졌다.
다섯번째 곡으로는 가수 이선희의 ‘J에게’를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여성 2중창과 코러스로 소화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어 한국 가요 ‘여정’을 여성 가수가 독창했다.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나훈아의 ‘이별’, ‘최진사댁 셋째딸’, ‘홀로아리랑’ 등도 들려줬다.
핫팬츠 차림의 5명의 가수는 ‘달려가자 미래로’라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부르며 우리나라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율동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뒤어어 유명 클래식 곡들을 편곡해 연이어 들려주는 관현악 연주가 이어졌다. 한곡 한곡 노래와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람석에선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공연 말미엔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가 여성 8중창으로 이어졌다.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메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일부 관객은 무대 앞으로 나가 악수를 청했고, 가수들은 일일이 악수에 화답했다.

이날 객석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명희 강릉시장, 유은혜 의원,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이외수 소설가 등 정계와 문화계 인사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들은 공연 시작 전 삼지연관현악단의 현송월 단장과 함께 등장해 객석 중앙에 자리했다.

이날 공연 시작 전 강릉아트센터 주변은 양분된 분위기였다. 부산ㆍ경남 지역 대학생 모임 ‘부산대학생겨레하나’소속 학생 22명은 이날 오후 3시 강릉아트센터 앞에 도착, “북한예술단을 환영하기 위해 왔다”면서  민중가요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평화 만들기’ 등을 불렀다. 한편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강릉아트센터 진입 전 육교 앞에서 ‘정치 올림픽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걸고 북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공동취재단,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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