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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난 돌직구 스타일"···주변선 "文대통령 화법 주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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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난 돌직구 스타일”,주변에선 “문재인 화법 주의"조언

아베 文에 대북 압박과 위안부 합의 이행 요구 #"난 직접 만나서 불만을 얘기하는 스타일"주장 #전날 펜스 부통령 회담선 위안부 관련 언급 안해 #지인들 "무슨말에도 '맞습니다'는 文스타일 조심해야"

“의견이나 불만이 있을땐 만나서 직접 말하는 게 '아베 류(流ㆍ스타일)'다. 상대방 없이 내 말만 하는 건 안된다.”

지난달 말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결정한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8일자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의 보도다.

지난해 7월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7월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위안부 합의엔 중대한 결함이 있다. 그 합의로는 문제 해결이 안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합의의 이행을 면전에서 직접 촉구하기 위해 평창행을 결단했고, 그것이 아베 스타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닛케이에 따르면 겉으로는 이렇게 당당한 태도를 취했던 아베 총리가 뒤로는 자민당내 측근 의원에게 ‘반대 목소리를 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와 가까운 의원이 “자민당 모임에 나가 평창행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낼 까 한다”고 했더니 아베 총리가 “(자민당)대부분 반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을 찾는 모양새가 되면 (문 대통령이 부담을 느낄 수 있어)한일 정상회담때도 큰 힘이 될 것이란 계산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 20차 아세안+3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 20차 아세안+3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이행 압박,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 촉구. 이 두가지는 9일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아베 총리가 벼르고 있는 핵심 이슈다.

이와관련, 7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압박 강화' 목소리를 높인 것 처럼 아베 총리가 일단 위안부 문제보다는 북한 이슈를 더 강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미·일의 연계를 통한 대북 압박’을 강조하는 아베 총리가 지나치게 위안부 문제를 부각할 경우 오히려 3국의 연계를 저해하게 되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모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펜스 부통령에게도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리라던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가 실제 회담에서 언급을 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왜 위안부 이야기가 안 나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긴박한 과제인 대북 정책에 중점을 두고 깊숙한 논의를 했기 때문”이라며 “(아베 총리가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다는)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을 비롯해 여러 레벨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이번 회담에선 특별히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아베 총리가 대화의 중점은 대북 문제에 두고,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일본의 입장을 '짧고 굵게'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일본 도쿄에서 회담한 미국의 펜스 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

7일 일본 도쿄에서 회담한 미국의 펜스 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

평창행을 앞둔 아베 총리의 주변과 일본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의 예스 화법에 주의해야 한다”는 충고가 많이 나오고 있다.

7일 아베 총리는 펜스 부통령과의 만찬을 마친 뒤 도쿄 제국호텔의 연회장에서 열린 지인의 행사에 참석했다. 대만계 일본인 평론가 긴비레(84ㆍ金美齡)가 일본 정부에게서 훈장을 받은 걸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긴비레에 따르면 평창행을 앞둔 아베 총리는 "평창 개막식에는 결국 대통령이나 총리들이 (그렇게 많이는)오지 않는 모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가 떠난 뒤 긴비레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아베 회담 전망과 관련,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이야기는 나누겠지만 무슨 말을 하더라도 문 대통령은 ‘네, 말씀 그대로입니다. 맞습니다’고 말하지 않느냐. ‘네 맞습니다’라고 해놓고 나서 또 ‘다음은, 다음은, 다른 점은’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앞에선 “네 맞습니다”고 해 놓고 나중에 딴소리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일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내에서도 아베 총리에게 이 평론가와 비슷한 우려를 제기하는 인사들이 꽤 있다고 한다. 특히 일본 주간지 가운데는 '문 대통령은 한국의 하토야마’라고 비아냥대는 매체도 있다.
민주당 정권에서 집권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전 총리는 오키나와 미군 부대 이전 문제 등에서 미국 정부나 오키나와 주민들 모두에게 “당신 말이 맞다,나를 믿으라”고 했지만 결국 일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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