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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비판 언론 때리기 전방위 공세 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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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현 정부 정책이 다른 분야에서는 진보적인데 표현의 자유에 대해선 보수성을 띠고 있다."

가수 박진영이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차세대 성장 동력 보고회'에 참석해 지적한 내용이다. 그는 현 정부의 음반 심의가 워낙 까다롭고 보수적이기 때문에 이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민주주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같은 뿌리에서 발전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현 정부에서 언론의 자유는 어떠한가. 국가 최고권력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원수로는 유례없이 중앙.조선.동아.한국 등 4개 신문사를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정도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또 '검증받지 않은 권력' '부당하게 짓밟고 조진다' '역대 정권과 언론이 야합했다' 등 그의 발언에 비추어 볼때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고 있다.

장관들은 어떠한가. 현 정부 출범 초기에는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언론 비판의 선봉에 서더니, 최근에는 국정홍보처가 '인터넷신문 창간' 등으로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 같다.

국정홍보처 정순균 차장은 해외 언론에 한국기자 전체를 폄하하는 기고문을 써 파문을 일으켰고, 조영동 처장은 'regularly'라는 쉬운 단어를 '정기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가끔'으로 강변하면서까지 鄭차장을 두둔했다.

어디 그뿐인가. 공정위 등 정부기관이 동원돼 신문시장 조사, 피해자와 상관없이 언론 보도를 스크린하겠다는 언론피해구제제도, 다분히 위헌소지가 있는 소유권 제한과 경영권 간섭이 포함된 정간법 개정까지 추진하겠다고 범여권과 정부가 나서고 있다.

또 공영 방송인 KBS.MBC는 '미디어포커스' '미디어 비평'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신문들을 비판하는 데 목청을 돋우고 있다. 이에 일부 인터넷 미디어와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최근 '노사모'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든 '국민의 힘' 회원들은 특정 신문사를 찾아가 물리적인 충돌을 불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즉 최근에 비판 언론을 위협하려는 전방위적인 공세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또한 盧대통령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신문사.방송사만 방문하고, 선별적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특정 신문들에 공동배달제를 지원하고 지방 신문들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호적인 언론을 편애하고 지원해 언론 편가르기를 하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현 정부는 자신은 잘하고 있는데 일부 언론이 악의를 가지고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언론 보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은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고 좋은 기사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려고 매일 전쟁을 치르다시피 노력하고 있다.

비록 일부 언론에 불만이 있다 해도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정책과 사회 분위기 조성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정부의 바람직한 자세는 언론의 비판을 국정에 반영하는 성숙된 모습이 아닐까.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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