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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Talk] ‘수퍼보울 브런치’로 화끈했던 평창 MPC의 아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프로풋볼 챔피언결정전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수퍼보울 경기가 열린 5일 오전 8시(한국시각).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메인프레스센터(MPC) 2층도 수퍼보울의 열기로 달아올랐습니다. MPC 운영진 측에서 전 세계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수퍼보울 브런치'를 마련했던 겁니다. 경기 중계가 방송될 공동취재구역 앞 대형스크린 주변으로 커피와 빵 등 다과가 준비됐습니다.

미국, 캐나다 등 외신 기자와 관계자 50여 명이 모여 NFL 수퍼보울 경기를 지켜봤다. 여성국 기자

미국, 캐나다 등 외신 기자와 관계자 50여 명이 모여 NFL 수퍼보울 경기를 지켜봤다. 여성국 기자

경기가 시작되자 스크린 앞에 미국·캐나다 등 북미 쪽 취재진이 제일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에 지나가던 취재진 등도 함께 시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련된 의자가 부족하자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보기도 했고, 노트북을 펼친 채 일을 하면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취재진도 많았습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왔다는 올림픽 전문소식지 '어라운드 더 링스'의 애런바우어 기자는 "(애틀랜타) 팰컨스가 수퍼보울에 오르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수퍼보울은 미국 고유의 문화다. 미국에선 어쩌면 올림픽보다 수퍼보울 인기가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었습니다. 그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지구 반대편 평창에 모여 다국적 취재진과 함께 경기를 보는 상황이 신기하다"고도 했습니다.

'수퍼보울 브런치'행사를 알리는 홍보 전단지가 MPC 곳곳에 붙어있다. 여성국 기자

'수퍼보울 브런치'행사를 알리는 홍보 전단지가 MPC 곳곳에 붙어있다. 여성국 기자

수퍼보울 경기 하루 전인 4일 오전, MPC 곳곳에 '풋볼(미식축구)을 즐길 준비가 됐나요"라고 적힌 전단이 나붙었습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UC뱅크 경기장에서 열린 제52회 수퍼보울에선 양 팀이 13년 만에 다시 맞붙었습니다. 1쿼터 필라델피아 닉 폴스의 패스를 알숀 제프리가 터치다운으로 연결하자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오전 9시 30분 "미국 모굴스키 대표팀 기자회견이 평창룸에서 열린다"는 MPC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막상막하의 접전에 몰입했던 미국 기자들이 바닥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습니다. 그들의 표정은 딱 봐도 '가기 싫다'였습니다. 그 표정만 봐도 미국인에게 수퍼보울, 아니 NFL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지난해 10월 30일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지켜볼 때, 혹시 사건이 터져 나가야 하면 어쩌나 하던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4쿼터 뉴잉글랜드가 파상 공세를 펼쳐 33-32로 역전한 순간, MPC 곳곳에서 탄성과 환호가 교차했습니다. 하지만 잭 어츠의 터치다운으로 승기를 잡은 필라델피아가, 지난해 수퍼보울 MVP인 뉴잉글랜드 쿼터백 톰 브래디의 실수까지 보태 승리를 굳혔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던 취재진 상당수가 브래디 이름을 거론하며 저마다 경기 분석을 했습니다. 뭐 들어보지 않아도 뻔한 얘기였겠죠.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행사를 진행했던 알펜시아 직원 손민기(20) 씨에게 "행사 분위기가 어땠는지 소감을 물었습니다. 손씨는 "미식축구 매력을 아직은 잘 모르지만,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신기했다. 성공적 올림픽 개최로 이 또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다소 '교과서'적인 대답을 했고요.

평창=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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