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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강연 효과 없어 … 직장 동료가 제지하고 고발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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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호 06면

직장 내 성범죄 어떻게 예방할까

미국 경영자들은 미투 운동 본격화 이후 사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미국 매체들은 “미투 운동 충격이 할리우드에서 기업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재계 비즈니스 리더들은 주가 하락 등 성범죄의 후폭풍을 익히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성범죄가 미국 재계(Corporate America)에 준 손실을 금액으로 정확하게 환산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경영컨설턴트인 실비아 휼렛 등은 지난해 11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게재한 글을 통해 “성적 학대와 인종차별 등으로 미국 재계가 보는 손해는 연간 4500억~5500억 달러(약 477조~583조원) 정도”라고 추정했다. 여기엔 주가 추락과 기업 브랜드 이미지 악화, 손해배상 등 법적 비용 등이 포함된다.

온라인 강의, 주입식 교육보다 #역할극 훈련 방식 고려해볼 만

성범죄는 기업의 장기 경쟁력마저 갉아먹는다. 미 오클라호마대 헤더 맥러플린 교수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미국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의 80%가 2년 이내에 사표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러플린 교수는 논문에서 “경영진이 성범죄를 미숙하게 처리하면, 인재 특히 유능한 여성 인재들의 불신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직장 내 성범죄를 예방할까. 미국 고용평등위원회(EEOC)의 연구 결과는 통념과는 거리가 좀 멀다. EEOC는 “경영진은 성범죄가 불거지면 우선 예방 교육 등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성범죄가 나쁘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론 부족해서다.

대신 EEOC는 ‘방관자 참여 시스템’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성범죄를 보거나 듣거나 한 직장 내 동료 선후배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시스템이나 분위기를 갖춰야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피해자보다 옆 사람이 먼저 말하고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직장 동료가 방관자가 아니라 방어자로 나서는 게 옳고 좋은 일이라는 사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굳이 경영자가 예방 훈련을 도입하고 싶으면, 온라인 강의나 전문가 초청 강사의 강연보다는 역할극 방식이 한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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