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당원 31 손묶어 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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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암=위성운기자】20일 오후 4시쯤 전남영암군신북면월평리에서 평민당원 50여명이 민정당 청년당원 31명의 팔을 묶어 무릎을 꿇리는 등 감금한 채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다 9시간만인 21일 새벽1시쯤 풀어줬다.
사고는 민정당원들이 평민당후보를 지지하는 주민을 폭행한데서 비롯됐는데 평민당원들은 민정당원들을 길바닥에 무릎 꿇렸다가 다시 인근 민가의 옥상으로 끌고가 두팔을 묶은 뒤 얼굴에 페인트칠을 하기도 했다.
민정당원들이 감금돼있는 동안 주변에서는 4백∼1천여명의 주민들이 평민당원들을 성원했으며 민정당원들은 경찰서장이 평민당원들에게 『21일정오 민정당 이환의후보가 주민대표에게 사과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뒤 풀려났다.
경찰은 민정당원과 평민당원 등 36명을 연행, 폭력행위자는 모두 구속키로 했다.
◇발단=사고는 전양자씨등 탤런트7명이 민정당원 10여명과 함께 월평리 신홍도정공장 앞길에서 『기호1번』을 부탁하던 중 주민 김윤자씨(29)가 『나는 2번』(평민당 유인학후보) 이라고 말하고 다른 주민 유정호씨(29)가 민정당원들이 탄 봉고의 이 후보 포스터를 뜯는 순간 민정당원들이 유씨를 각목으로 폭행한데서 비롯됐다.
유씨가 각목에 얻어맞자 인근 상촌상회주인 박희덕씨(52·여)가 이를 말리려다 민정당원들이 휘두른 각목에 배를 맞아 중상을 입었으며 연락을 받고 달려온 평민당원과 대학생들이 민정당원들과 충돌, 민정당원 최천식씨(52)등 양측 8명이 부상했다.
이때 영암읍에서 연락을 받은 민정당원 30여명이 중형버스를 타고 달려왔다가 세에 밀려 되돌아 가려는 순간 평민당원들에게 붙잡혔다. 전씨 등 탤런트들은 양측의 충돌직전 피신했다.
◇감금=평민당원들은 민정당원 31명을 신홍도정공장 앞길에 무릎 꿇렸다가 오후 7시쯤 경찰이 출동하자 민정당원들을 인근 오병남씨(32) 집2층 옥상으로 데리고 가 나일론끈으로 두 팔을 묶었으며 무릎을 꿇린 뒤 도망치지 못하게 옷과 얼굴에 스프레이로 페인트칠을 했다.
◇대치=평민당원들은 경찰의 접근을 막기 위해 봉고로 오씨집 2층 출입구를 막은 뒤 LPG통 12개·휘발유통1개 등을 준비, 경찰이 올라오면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
경찰은 오후 7시30분과8시 김용학 영암경찰서장을 현장에 접근시켜 설득했으나 평민당원들은 민정당 이후보의 직접사과와 치료비 전액부담, 처벌하지 말 것등을 요구하며 버텼으며 평민당 유후보도 현장에 와 해산하도록 설득했으나 실패했다.
◇석방=평민당원들은 21일 오전1시쯤 김서장이『요구조건을 들어주고 21일 정오 민정당 이후보가 경찰서장실에서 주민대표에게 사과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자 민정당원들을 풀어줬다.
이에 앞서 평민당원들은 민정당원들을 옥상에 일렬로 세워 놓고 『민정당으로부터 5만∼50만원을 받았다』는 등의 말을 하게 했으며 이때 1천여 주민들이 이를 지켜봤다.
경찰은 민정당원들이 석방된 뒤 평민당원 7명을 연행, 주민들이 『당초 약속과 다르다』 며 시위를 벌이자 최루탄을 쏘아 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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