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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성비 ‘116.5’ … 1990년생 백말띠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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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 반 36명 중 남학생 21명, 여학생 15명인 1997년 3월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실 모습. 당시 6명의 남학생이 남자끼리 짝을 지어 수업을 받았다. [중앙포토]

한 반 36명 중 남학생 21명, 여학생 15명인 1997년 3월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실 모습. 당시 6명의 남학생이 남자끼리 짝을 지어 수업을 받았다. [중앙포토]

116.5명. 조소담 씨가 태어난 ‘백말띠의 해’ 1990년 출생아들의 성비다. 인구 총조사를 시작한 197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아 100명이 태어날 때 남아는 116명이 태어났다는 의미로 자연 성비(105)를 훌쩍 뛰어넘는다.

 1980~1990년대엔 지금보다 남아 선호 풍조가 강했고,  초음파 기기가 도입되면서 태아 성감별ㆍ낙태가 성행했다. 특히 ‘백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는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에 여자아이 출산을 더 기피했다. 성비 불균형은 경북(130.7), 대구(129.7), 경남(124.7) 등 영남지역에서 극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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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당시 정부가 산아 제한하던 시절인데, 아이 많이 낳으면 미개인이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라며 “이전엔 아들을 낳고 싶다면 낳을 때까지 계속 출산을 했지만, 하나만 낳으라고 강요하니 아들 낳을 때까지 낙태를 반복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여아 선별 낙태에서 비롯된 극심한 성비 불균형은 28년 뒤 저출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초(超)저출산은 1990년에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90년대 태어난 이들이 가임 연령에 접어들지만, 아이 낳을 여성 숫자가 큰 폭으로 줄어 출생아 수는 계속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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