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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폐업한 「한국콘티넨탈식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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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l8일 사실상 노사합의아래 폐업한 한국콘티넨탈식품 (대표 김은택) 은 불황에 빠진 기업의 노사분규 말로를 보여주었다는점에서 업계와 노동계에 큰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콘티식품은 지난5일부터37% 임금인상과 상여금 1백% 추가지급을 요구하는노조측과 계속된 걱자 때문에 대폭적인 처우개선이 어렵다는 회사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오다가 타협점을찾지 못하고 결국 노조측 주장대로 임금을 인상하되 6개월분의 봉급을 해고수당으로 이달말까지 일괄지물하기로 하고 폐업에 합의한것이다.
회사측은 관계기관에 폐업이나 휴업신고를 낸 바가 없다는 이유로 「부분휴업」 임을 강조하지만 매출액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제방부문의 휴업은 사실상 폐업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폐업은 경영진이 최악의 경우 선택할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돼왔다. 이점에서 노사합의에 의한 콘티식품의 폐업은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할수 있다.
불황산업에 더 이상 매달릴 수 없다는 노사 양측의 계산이 합의폐업이라는 사태를 빚어낸 것이다.
제빵산업은 소비 수준의향상과 식생활개선으로 60년대 한때 호황을 누렸지만 수요증가의 둔화와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움이가중된 한계산업.
대형메이커로 삼립· 샤니·기린·서울식품·콘티등 5개회사가 있으나 87년 매출액이 총1천9백7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불과 9%의 성장에 그쳤다.
게다가 식품산업이 지니는 짧은 재고기간,복잡한유통체계,전국을 망라하는자체운송수단의 보유등으로매츨액 대비 이익률은 1%내외에 그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신라당· 고려당등 고급제빵체인의 출현으로 대형제빵업체의 영역은더욱 줄어들었다. 작년 3천억원의 제빵시장에서 체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고급화추세에 맞춰 시장잠식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콘티식품은 제빵업계에서도 특별히 어려운 처지에놓여있었다.
72년 최순영신동아그룹회장이 경영수업을 받을때 창업한 회사로 남다른 애착을 보였지만 지난16년동안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이때문에 자본잠식 현상이 일어나 계속적인 증자로 버텨왔던 것. 창업당시1억8천만원의 자본금이 61억8천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래도 경영정상화의 전망이 보이지 않자 삼립식품등에 매각의사를 타진했지만 제빵업계의 시설과잉으로 호의적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분규는 폐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노조측 주장대로 임금을 인상할 경우회사가 추가부담하는 비용은 18억원정도로 회사측은가망없는 사업에 출혈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폐업이후의 전업을 생각했고 노조측도 인상된 월급으로 6개월의 파격적인 해고수당에만족(?)한것으로 알려겼다.
회사측은 제빵산업을 정리하고 1만5천평의 공장부지에 아파트식공장을 지어 임대사업을 벌이는 한편 기존 「6·3베이커리」의고급제빵체인을 확대하고 인스턴트식품산업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업종전환은 제방산업보다 훨씬 전망이 좋아보이지만 폐업이란 충격적 수단의 동원은 노사모두에게 많은 문제점을 안겨주었다.

<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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