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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 펑펑 터져도 “설마”…‘육지·바다’ 곳곳 안전불감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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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천막동 모습. 대형 비닐 천막 바로 옆에 전기히터와 난로, 인화물질 등이 곳곳에 설치된 반면, 소화기는 설치돼 있지 않다. 임명수 기자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천막동 모습. 대형 비닐 천막 바로 옆에 전기히터와 난로, 인화물질 등이 곳곳에 설치된 반면, 소화기는 설치돼 있지 않다. 임명수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인천 남동구의 소래포구 어시장. 지난해 3월 불이 난 곳에 들어선 천막형 임시좌판 곳곳에 전기 히터들이 켜져 있었다. 주변엔 플라스틱 의자와 가스통 등 인화물질이 가득했고 찬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대형비닐이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전국 전통시장들, 무늬만 ‘소화기·소방로’ #소래포구, 작년 화재속 점포마다 전기히터 # #목욕탕 방화셔터 아래는 장애물들 ‘수북’ #전문가들 “법 강화, 현장 관리 개선 절실”

지난해 전기 누전으로 좌판 220여 개가 불에 탔지만 화재 대비는 허술했다. 소화기를 갖춘 점포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시장 입구에 설치된 소화전엔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했다. 도로까지 내려온 점포들과 주위에 불법 주차된 차들로 가로막혀서다. 또 불이 나면 소방대원들이 소방호스를 들고 100여m를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광주광역시의 한 전통시장에 설치된 소화기. 불이 날 경우 즉각 사용을 해야하지만 테이프로 고정된채 방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의 한 전통시장에 설치된 소화기. 불이 날 경우 즉각 사용을 해야하지만 테이프로 고정된채 방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같은 날 오후 광주광역시의 한 전통시장. ‘소방차 출동로’라는 노란색 글씨가 적힌 시장 출입구에 차량 10여대가 빼곡히 세워져 있었다. 주차비를 아끼거나 조금이라도 장을 편하게 보기 위해 불법으로 대놓은 차들이었다. 불이 나면 소방차 진입은 물론 손님이나 상인들의 대피조차 힘들어 보였다.

시장 곳곳에 설치된 소화기 역시 비상시 때 곧바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상당수 소화기가 접착테이프로 고정되거나 고무통과 상자 등에 가려져 있었다. 점포와 천장 사이에 거미줄처럼 얽힌 전기선들은 먼지가 쌓이거나 피복이 벗겨진 채 방치된 곳이 수두룩했다.

지난해 전기 누전으로 화재가 난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 후 임시로 조성된 어시장 주변에 액화산소통이나 전기 히터 등이 즐비해 있다. 임명수 기자

지난해 전기 누전으로 화재가 난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 후 임시로 조성된 어시장 주변에 액화산소통이나 전기 히터 등이 즐비해 있다. 임명수 기자

밀양 세종병원과 제천복합상가 화재 등 잇따른 참사에도 '설마'하는 안전 불감증은 여전했다. 중앙일보가 전국의 전통시장과 다중이용시설, 해운업계 등의 안전 시스템과 소방시설 관리 실태 등을 밀착 취재한 결과다. 시민들은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내게는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느냐"는 인식을 보였다.

목욕탕이나 찜질방 같은 다중 이용시설의 안전 시스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경기도 수원시의 한 대형 찜질방. 방화 셔터가 내려올 자리에 수건 더미와 광고 입간판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화재를 막기는 커녕 더 키울 가능성이 커보였다. 경기도가 최근 소방점검을 해보니 목욕탕과 찜질방과 요양병원·요양원 등 2465곳 중 708곳이 ^소방시설 고장 및 방치 ^피난 장애 ^구조 변경 등의 불법을 하고 있었다.

광주광역시의 한 전통시장에 설치된 전기배선. 거미줄처럼 마구 엉켜 있는 전선들 사이로 피복이 벗겨지거나 먼지가 쌓인채 방치된 선들이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의 한 전통시장에 설치된 전기배선. 거미줄처럼 마구 엉켜 있는 전선들 사이로 피복이 벗겨지거나 먼지가 쌓인채 방치된 선들이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산업안전도 여전히 허술하다. 최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질식사고는 대표적인 인재(人災)였다. 지난달 25일 제철소 내 산소공장에서 외주업체 근로자 이모(47)씨 등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차단 밸브를 닫지 않은 제어실 직원들의 사소한 부주의 탓이었다. 2013년에도 똑같은 사고로 2명이 숨졌다. 산업체가 많은 구미에서도 2012년 9월 화학제품 생산업체에서 불산가스가 유출돼 근로자 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별취재팀 ijjeon@joongang.co.kr

경북 지역 한 공장에 설치된 황산 배관과 밸드 부분이 심하게 녹슬어 있는 모습. [사진 경북녹색환경지원센터]

경북 지역 한 공장에 설치된 황산 배관과 밸드 부분이 심하게 녹슬어 있는 모습. [사진 경북녹색환경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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