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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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의 사상가「J·S·밀」이 국회의원에 출마한 일이 있었다. 1865년 웨스트민스터 구에서 입후보한 그는 역시 당 세 최고의 선비답게 이상선거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우선 주민들로부터 출마 요청을 받자 「밀」은 전대미문의 공개 상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첫째, 나는 국회의원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둘째, 후보가 되어도 선거운동을 할 생각이 없고 돈은 일전 한푼 쓰지 않겠다. 셋째, 만일 당선이 되어도 나의 시간과 정력을 선거구를 위해서 쓰지 않겠다. 의원은 선거구민이 뽑지만 어디까지나 전 국민의 대표다.
어리둥절해진 사람들은『그럼, 당신은 도대체 국회의원이 되면 뭘 하겠다는 말이오』하고 물었다. 『나는 여러분들이 싫어하는 일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자격으로 의회에 대표자를 보낼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만일 당선되면 그런 법안을 제출할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고소를 금치 못했다. 『그런 생각으론 하느님이라도 당선되긴 틀렸소』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밀」은 누가 뭐라던 생각대로 했다. 때마침「의회개혁에 관해서」라는 팜플렛을 펴냈던「밀」은 그 가운데서 『영국 노동자들은 외국의 노동자와 견주어 다소 낫기는 하지만 거짓말을 부끄럽게 알면서도 예사로 한다』는 얘기를 했었다. 상대후보들은 그 말꼬리를 잡아「밀」이 노동자들을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고 떠들어댔다.
분개한 노동자들은『「밀」후보, 나와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데모를 했다. 어떤 사람은 그가『자유론』을 쓴 위대한 사상가라고 두둔했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그 사람에게 죽은 고양이를 던지며『이거나 뜯어먹어라』는 욕설을 퍼부었다.「밀」은 가만히만 있을 수 없었다. 기어이 한마디했다.
『올 라이트. 아이 디드(그렇소. 내가 그렇게 썼소)』그러나 이 두 마디는 뜻밖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정직한 사람, 곧은 말하는 사람으로 평판이 돌았다. 선거분위기가 씻은 듯이 바뀌면서 그는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꿈같은 얘기지만 우리 주위에서도 이런 일이 좀 일어나 보았으면 좋겠다. 마음놓고 한번 찍어 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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