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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조작 사건' 판사였던 황우여가 제작진에게 보낸 문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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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치 간첩 조작 사건'의 1심 판사였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이 SBS 제작진에게 보낸 문자. [SBS 캡쳐]

'이한치 간첩 조작 사건'의 1심 판사였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이 SBS 제작진에게 보낸 문자. [SBS 캡쳐]

2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헌치씨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당시 사건에서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은 1심 판사였다.

방송에 따르면 황우여 전 장관은 사무실을 찾은 SBS 제작진에게 "(이헌치를) 모른다. 예의를 좀 지켜달라. 문을 닫아달라"며 면담을 거부했다.

재일교포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 이씨는 어느날 보안사 수사관에 의해 국가기밀을 탐지하고 수집했다는 이유로 영장도 없이 체포돼 고문 수사를 받았다.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한 이씨는 1982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15년간 복역하다 1996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31년 만에야 무죄 확정판결을 받게 됐다.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중앙포토]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중앙포토]

이후 황 전 장관은 제작진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썼다. 그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판사는 지난 판결내용이나 과정에 대해 판결로 말하고는 언급 안 하는 것이 지켜오는 불문율"이라며 "널리 양해해달라"고 썼다. 문자 끝에는 '불비제례(不備除禮, 예의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적었다.

같은 방송에서는 또다른 간첩조작사건의 1심 판사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의 인터뷰도 공개됐다. 간첩 조작 사건의 고문 피해자 중 하나인 석달윤씨는 18년형을 살고 1998년 가석방됐다가 2014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방송에서 석씨의 아들은 "남자 성기에 볼펜 심지를 끼우는 고문이라든가 양쪽 종아리 무릎 뒤에 각목을 끼워 매달아 놓는다든가 했다”며 석씨가 당한 고문을 설명했다.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강정현 기자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강정현 기자

이에 대해 여 의원은 제작진이 “당시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는데 책임을 느끼지 못하냐”고 묻자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이 정말”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보도 직후 이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두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오고 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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