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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남자들에게 물건 파는 법 “남자들은 사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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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거절당하지 않는 힘

거절당하지 않는 힘

거절당하지 않는 힘
이현우 지음, 더난출판

거절은 누구나 꾸는 악몽이다. 가족에게 라면 한 그릇 끓여달라고 부탁할 때부터 생면부지의 고객이 지갑을 열도록 해야 할 때까지 우리는 늘 거절을 상상한다. 그리고 거절은 실제로 일어난다.

우리에 앞서 수없이 거절을 겪었던 사람들, 종래에 승낙을 받아 성공한 이들의 사례가 들어 있는 책이다. 저자는 설득론의 고전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2002)의 번역자다. 저자가 보는 성공의 출발점은 거절이 상존하는 것에 대한 인정이다. “여러분이 동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으로 시작한 설득은 유의미한 효과를 거뒀다. 또 “락스 냄새가 독해 걱정되시죠?”로 시작해 “하지만 계면활성제도 전혀 없고 안전합니다”로 끝나는 광고도 효과적이었다. 그저 “살균력이 좋습니다”라는 메시지보다 설득력이 높았다. 거절당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서 설득의 힘이 나온다.

유용한 방법은 많다. 청개구리 심리를 이용해 “남자들은 먹지 마세요”라고 광고하니 매출이 늘어났다. “넌 그런 거 모르지?”라며 자존심을 긁으면 고급 정보가 술술 나온다. 또 서 있는 사람보다는 앉아 있는 사람, 물보다는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사람을 설득하기가 더 쉽다.

축구 경기장 앞에서 “지금 5000원짜리 담요를 안 사면 여자친구 감기약값이 더 든다”고 광고한 청년은 7분 만에 담요 100장을 팔았다. 지금 당신의 설득을 거절하고 나서 나중에 후회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줘야 한다.

물론 책대로만 되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보험이 복잡하죠? 어렵죠?”라는 광고의 시작은 좋았다. 상대방의 심리적 저항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니 OO보험을 즐겁게 시작하세요”라는 문구는 설득에 실패했다. 앞부분의 심리적 저항을 더 구체적으로 논박했어야 한다. 이론만 안다고 거절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운용의 묘는 언제나 우리 몫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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