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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파업 이후 K-1TV의 프로 개편|기대 못 미친 공영 방송 체질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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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탤런트 파업에 따른 드라마 결방 사태 이후 지난주까지 K-1TV를 보면 공영 방송의 대표 채널이 오랜만에 제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그 「제자리 찾음」이 주체적이기 보다 드라마 결방 메우기라는 불가피한 선택에 따른 것이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K-1TV의 본령이 보도·교양 프로에 있음을 새삼 경험했다.
지난주 K-1TV가 『사랑이 꽃피는 나무』『형사 25시』등의 정규 주간극 대신 내보낸 프로들은 『시네포엠-한극의 소리 가야금』 『심철호의 중공 기행』『새봄 클래식의 향연-카라얀의 베를린 필 연주회』 『KBS교향악단 정기 연주회』 『구로 공단의 봄』등이며 정규 교양 프로인 『손 교수의 인간 가족』 『금요 토론-정치 새바람은 부는가』 등도 모두 주목할 만한 것들이었다.
시청자들이 이러한 교양 중심의 편성에 대해 즐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KBS의 자체 조사 결과 1, 2TV의 채널별 특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67.7%가 없다라고 대답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되는 것은 K-lTV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 시청 시간대 (오후 7시 ∼10시)의 27.6%를 드라마로 낭비하는 등 80년 공영 방송 체제 출범 이후 그 체제에 걸맞지 않는 오락 기능만의 프로에 치중, 대다수 시청자들이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보도의 공정성뿐만 아니라 전체 방송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폭 넓은 공감대를 암시하는 징후인 것이다.
시청자들의 요구는 몇가지 사소한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매주 토요일 밤에 방영하는 『생방송-전화를 받습니다』처럼 예민한 쟁점을 다루는 토론 프로를 왜 심야에 방영하느냐는 소리도 있다. 연예 오락물에 비해 사전 예고도 부족한 것은 볼 사람만 보라는 식의 횡포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 토론 프로가 K-lTV의 경우 이밖에 『금요 토론』이 있는데 모두 정치·사회적인 문제만을 다루고 있어. 본격 문화 토론 프로도 주 시청 시간대에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문까지 있다.
그러나 지난주 KBS의 드라마 축소 작업을 보면 과연 이같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 시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탤런트 출연료 인상에 따른 제작비 절감을 위해 KBS가 폐지키로 한 드라마들은 『드라마 초대석』 『함 사세요』 『어린이 명작극장』등 모두 3편. 광고수입 때문에 일일극 등은 그대로 놔 둔 채 TV문예물인 『드라마 초대석』을 폐지하는 것부터 의아스러우며 『함 사세요』의 경우는 이미 종영을 앞둔 드라마라는 점에서 KBS의 드라마 축소작업은 드라마를 비롯한 전체 방송의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와는 많이 어긋난다는 느낌이다.
이번 주부터 TV는 아쉽지만 다시 소란스러운 한국공영방송의 종전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박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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