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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약값이 오랜 인기 '묘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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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그때를 아십니까.

유한양행이 1933년 진통소염제로 선보인'안티푸라민'은 겨울철 손발이 트면 그 부위에,감기에 걸리면 코 밑에, 배가 아프면 배꼽 주변에 바를 정도로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다. 이 약이 처음 나왔을 때 시판 가격은 60전. 화폐단위가'원'으로 바뀐 이후 60년대에 녹색 철제 캔에 간호사의 이미지가 들어간 제품은 70원에 팔렸다. 요즘 약국에선 2000원 정도에 팔린다. 60년대부터 따지면 약 40년간 28.6배 오른 셈이다. 2000년대 들어 용량이 20g에서 30g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상승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본지가 40년 넘게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장수 의약품'을 조사한 결과 상대적으로 싼 약값이 큰 효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티푸라민을 비롯해 용각산(보령제약).박카스(동아제약).아로나민골드(일동제약) 의 소비자 판매가격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평균 13배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용각산 가격은 67년 290원으로 첫 선을 보인 이래 10.3배 오른 3000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박카스는 한 병에 40원에서 450원으로 11.3배가 됐다. 아로나민골드 한 정은 70년대 80원에서 160원으로 두 배로 올랐다.

<그래픽 참조>

이들의 평균 가격 상승률은 13배로 소비자물가 지수의 상승률을 크게 밑돌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964년 5.1에서 2004년 114.2로 40년동안 22.4배 뛰었다.

보령제약의 김호성 상무는"장기간 입증된 약효와 지속적인 마케팅도 장수의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 장수 의약품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했다. 동아 박카스는 61년 알약 형태로 출시됐다가 이듬해 앰플제인'박카스 내복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주사제로 착각하는 문제가 생기자 63년 오늘날의 드링크 형태로 다시 태어났다.

일동제약은 60년대 처음 개발한 비타민제'아로나민'에 각종 성분을 보강한 아로나민골드를 70년 내놓았다.이는 이후 국내 비타민제제 시장을 석권해 왔다.아로나민 뒤에 아이즈.이에프.씨플러스 등을 붙인 자매품을 내놓으며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가장 고집스런 제품은 보령 용각산이다. 67년 출시한 2만갑이 '일본 제품보다 디자인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듣자 전량 회수했다. 곧바로 새로운 디자인과 함께 출시된 용각산은 이후 39년간 포장 모양이나 성분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용량만 2000년대 들어 18g에서 25g으로 늘었을 뿐이다. 용각산은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벌이지 않는데도 매출세가 꺾이지 않는다. 보령은 2002년 복숭아향을 섞어 1회용 낱개 봉지로 포장한'용각산 쿨'을 내놓고 열심히 판촉했으나 기존의 용각산 매출을 넘지 못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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