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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혐의’ 징역 15년 받은 30대, 항소심서 무죄…왜?

중앙일보

입력

10년 전 카페 여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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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9부(함상훈 부장판사)는 25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씨(37)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속수감 중이던 박씨는 석방됐다.

박씨는 2007년 4월 24일 새벽 수원시 영통구의 한 카페에서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여주인 이모(당시 41세)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2016년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피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발견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해 한때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이후 2013년 7월 강도상해 혐의로 체포된 박씨의 DNA가 6년 전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의 DNA와 같다는 사실을 발견해 박씨의 자백을 받아냈다.

그러나 박씨는 검찰로 송치된 이후 “카페에 간 적은 있지만, 여주인을 죽이지는 않았다”며 기존의 진술을 뒤집었고, 수사는 답보 상태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검찰은 2016년 말 수사기록을 재검토하던 중 사건 현장의 화장실에서 피 묻은 휴지가 발견됐던 점에 주목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다. 휴지에 묻은 혈흔에서 숨진 이씨와박씨의 DNA가 섞여 검출됐다.

박씨는 이런 간접증거들을 토대로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박씨의 범행을 목격한 사람이 없고, 간접증거만으로는 박씨의 범행을 입증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 시각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추정한 결과 대략 사건 당일 오전 11시께로 판단했다. 1심에선 피해자의 사망 시각을 새벽 4시 30분∼오전 8시로 추정했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새벽 4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범행이 일어났다는 전제는 처음부터 무너지는 결과가 된다”며 “그렇다면 오전 11시까지 피고인이 범행 장소에 체류하고 있었다는 게 증명돼야 하는데 그 같은 증명은 없다”고 밝혔다.

또 박씨와 이씨의 DNA가 함께 검출된 휴지에 대해서도 “박씨가 처음(2013년) 검찰에 송치됐을 때는 과연 그 휴지가 증거물로 없었는지, 왜 그 휴지가 2016년도에 발견됐는지 상당히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이 박씨의 신발사이즈와 맞지 않는 점, 경찰이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지 않고 자백을 받았다는 점 등을 무죄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간접증거는 아주 엄격히 인정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서 새벽에 피해자와 같이 술을 마시고 현장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만으로는 살인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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