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물량 놓고 담합행위 정유 6사 제재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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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금까지 정부의 규제와 보호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오던 국가 기간 산업이 처음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심판 받게 됐다.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은 6일 국내 정유6사가 그동안 서로의 판매물량을 정하는 공동행위 (카르텔)를 해 옴으로써 명백히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였으므로, 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각사 연간 매출액의 1%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매겨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상정했다.
그간 공정거래법 적용의 테두리 밖에 있었던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은 이번이 처음이며, 공정거래실이 업계의 공동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나선 것도 역시 처음인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 6사에 대해 법 위반 판정을 내릴 경우 그 과징금 만도 수십억 원에 이르게 돼(최고 율인 1%를 적용할 경우 과징금은 약 5백억 원)이번 안건은 업계는 물론 기간산업과 연 관이 있는 정부 각 부처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6일 공정거래실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는 그간 서로의 판매경쟁을 피하기 위해 휘발유 등 10개 유 종을 대상으로 민수·한국군납시장의 각사 시장 점유율을 과거의 판매 실적에 따라 미리 합의하여 정하고 이를 서로의 벌칙 규정에 따라 철저히 지켜 옴으로써 공동 행위를 해 왔다는 것이다.
예컨대 프로판가스(일반용)의 경우 각 사가 합의한 시장 점유율은 유공 43·53%, 호유 31·6%, 경인 9·42%, 쌍룡 4·77%, 극동 0·68%, 여수에너지 10%등 이며 이를 어기고 더 많이 판 회사는 덜 판 회사 외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주게 되어 있다고 공정거래실은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정부가 각 유 종의 유통 단계별 최고가격·정유시설·원유도입 등을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상태에서는 판매 경쟁의 여지가 별로 없고, 경정에 들어갈 경우 각 사가 수익성이 높은 경질유 판매에 치중하게 되므로 유 종간 수급균형이 깨질 뿐 아니라 원유 도입가 상승과 자원낭비를 가져온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어 위원회의 판정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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