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이래야만 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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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선 열기가 날로 가열되면서 전국적으로 타락과 위법·탈법·불법적 선거운동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 때 민정당 득표비율이 지극히 저조했던 지방에선 민정당 후보들이 총력반격에 나서면서 야당과 맞 부닥쳐 곳곳에서 무리가 빚어지고 있다.
지난주 현지취재를 위해 지방을 돌면서『선거가 꼭 이래야만 하는가』하는 자문을 여러 차례 해야했다. 라이터·혁대·커피잔 등 각종 현물공세는 지역을 가릴 것 없고 20억, 30억 원 설이 택시기사·주민들의 입에서 나돌았다. 사실인지 흑색선전인지 가릴 수는 없지만 어느 해외 교포출신 후보는 10억 엔을 쓴다는 말도 있었다.
어느 지역에선 후보의 강연을 듣는「교양강좌」에 먼저 참석해 앞자리에 앉은 사람과 뒤에 도착한 사람과 차이를 두어「교통비」를 지급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행정개입의 형태도 여러모로 노출됐다. 지난1일 기자는 민정당 중진의원인 모 유력 후보를 그의 선거구역인 어느 면장 실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면장이 면사무소 앞에까지 마중을 나왔다.
1개월 전 전남의 다른 지역에서도 면장의 안내를 받아 면장 실에서 여당후보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현역의원도 아닌 그 민정당 후보는 이날 면사무소 강당에서 강연회를 갖고 있었다.
면 직원이 인근 여관에서 여당 후보의 인사장 4만5천여 장의 겉봉을 붙이는 작업을 시키다 야당후보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불법·탈법적 사례가 반드시 여당후보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소선거구제가 되는 바람에 여야후보 모두 필사적이었다. 여당의 금권·관권의「위력」에 야당후보도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었다. 이러다간 선거가 끝나도「무리한 선거운동」의 후유증이 걱정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후보들이 모두 재삼 성찰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고도원<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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