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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주택 등 중앙정부의 난제 풀겠다는 서울시장 후보군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원순 현 시장, 박영선·우상호·민병두 의원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원순 현 시장, 박영선·우상호·민병두 의원 [중앙포토]

6·13 지방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장의 경우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여권의 후보군(박원순 시장, 박영선·민병두·우상호·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해도 이미 5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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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조기 과열되다 보니 정책 경쟁도 벌써부터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대책, 주택난 등 중앙정부도 애를 먹고 있는 현안과 관련해서도 저마다 공격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현 시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발령시 차량 의무 2부제를 서울시장 특별명령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과 17·18일 세 차례 서울시내 대중교통 무료 운행 정책을 폈지만 “세금 낭비”란 비판과 함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논란을 빚자 더 강력한 정책을 들고 나온 셈이다.

하지만 ‘강제 차량 2부제’ 시행은 그동안 정부에서도 쉽사리 추진하지 못하던 정책이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도 지난해 2월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차량 2부제를 포함시켰지만 실행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환경부는 정부가 부담을 지게 되는 시행령 개정 방식 대신 2월 임시국회에서 2부제가 포함된 미세먼지 대책 관련 특별법안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국회에 협조를 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올 들어 세번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 18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강북지역 도심이 뿌옇다. 김상선 기자

올 들어 세번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 18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강북지역 도심이 뿌옇다. 김상선 기자

박 시장에게 도전하는 박영선 의원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차량 2부제보다 수소전기차 보급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 의원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2부제에 대해 “생계형 약자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봉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친환경차 보급을 통해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수소전기차 대안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소차 도입 역시 정부에서 애를 먹는 난제이긴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가 2025년까지 전국 도로망에 수소충전소 200개를 구축하려던 ‘수소복합충전소’ 사업은 지난해 2월 시작됐지만 최근 무산됐다. 사업성이 불투명하고, 기획재정부가 관련 예산을 배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정책을 내놨다. 민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시장에 당선되면 4년 임기 동안)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10만호를 새로 짓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내에서 학생수가 적어 폐교 위기에 몰리거나 40년이 넘어 오래된 학교의 부지에 30층짜리 아파트를 신축하는 등의 방식이다. 하지만 민 의원 스스로 밝혔듯이 2022년까지 예정된 서울시의 청년주택 공급 물량은 2만4000호에 불과하다. 획기적인 계획 수정이 있어야 가능한 정책인 셈이다. 또한 서울시는 연간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의 적정 수준을 2만호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비춰보면 4년 동안 매년 새로 짓는 공공임대주택을 모두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하더라도 10만호를 채우려면 2만호가 부족하다.

서울시장 못지않게 주목을 끄는 경기지사 선거에선 자유한국당의 후보로 남경필 현 경기지사가 유력하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성남시장과 전해철 의원 등이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할 전망이다. 경기지사 선거는 아직까지는 정책 경쟁이 눈에 띄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파격적인 정책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장을 하며 중앙정부와의 충돌을 무릅쓰고 무상 교복, 무상 산후조리 등 ‘무상 시리즈’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이 시장 측은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출마 선언도 안 해서 어떤 정책을 낼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논쟁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경필 지사도 초선 때는 소속 당이 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이었지만 이제 야당이 된 만큼 중앙정부에 보다 공세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중앙정부도 추진하기 어려운 정책이 쏟아지는 데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논쟁적인 이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도 “후보들은 어떤 정책을 추진하면 누가 부담을 지게 되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하고, 유권자들은 선거 공약이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 단위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정책을 재정 여건이 좋은 자치단체가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게 나쁜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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