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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도 최저임금 역설 … 직원은 “복지 왜 줄이나” 점주는 “음식값 10% 올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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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커피와 도넛 등을 판매하는 캐나다 최대 프랜차이즈 팀 호턴스의 매장 외부 모습. [중앙포토]

커피와 도넛 등을 판매하는 캐나다 최대 프랜차이즈 팀 호턴스의 매장 외부 모습. [중앙포토]

‘최저임금의 역설’로 캐나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팀 호턴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가맹점주들이 잇따라 종업원 복지 혜택을 축소했다.

시간당 1만→1만2000원으로 올라 #가맹점들 유급휴식 등 혜택 축소 #토론토 등 50여 곳서 종업원 시위

그러자 항의하는 직원들이 거리로 나섰다. 메뉴판의 가격이 들썩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직원과 가맹점, 소비자 모두가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 일간지 내셔널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 등에서 팀 호턴스 직원들이 주도한 50여 건의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토론토(18건)가 속한 캐나다 중남부 온타리오주가 38건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서부 연안 도시인 밴쿠버에서도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온타리오주는 지난해 11.6달러(약 1만원, 이하 캐나다 달러)였던 시간당 최저임금을 이달부터 14달러(약 1만2000원)로 올렸다. 내년 1월에는 15달러(약 1만2900원)로 추가 인상할 예정이다.

가맹점주들은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가맹점은 유급 휴식시간과 무료 커피 등 직원들에게 줬던 각종 혜택을 축소하고 건강보험 부담금을 줄였다. 캐나다프랜차이즈가맹점 연합회(GWNFA)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들의 부담은 연간 평균 24만3889달러(약 2억1000만원)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는 팀 호턴스 가맹점의 절반 정도가 가입했다.

직원들은 복지 혜택을 줄인 가맹점주뿐 아니라 본사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항의 시위를 주도한 단체인 리드나우의 브리트니 스미스 대변인은 “가맹점의 부담이 커지면 본사를 압박해야지 직원들의 등골을 빼먹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본사는 근로자를 보호할 수단을 갖고 있으면서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커피와 도넛 등을 판매하는 팀 호턴스는 캐나다에서 3800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온타리오주의 최저임금 인상은 전국적인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메뉴는 가격이 올랐다. 대표적 아침 메뉴인 베이글 샌드위치는 기존 6.77달러(약 5800원)에서 7달러(약 6000원)로 인상됐다. 가격 인상률은 3.4%였다.

가맹점주들은 이 정도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메뉴판 가격을 전체적으로 10%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격 결정권을 가진 본사 측은 “직원들의 급여나 복지 혜택은 가맹점이 결정할 문제”라며 가맹점에 공을 떠넘겼다. 그러면서 일부 가맹점의 복지 혜택 축소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은 정치적인 논란으로 옮겨붙고 있다. 일부 가맹점주가 주의회 다수당인 자유당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직원들에게 종용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한 온타리오주 정부의 캐슬린 윈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맹점주들이 싸우길 원한다면 나와 싸워야 하고, 직원들을 인질로 삼으면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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