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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인생샷] "종철아 형이 아직도 많이 미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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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58년 개띠, 내 인생의 다섯컷 ⑪ 박종부

한국 사회에서 '58년 개띠'는 특별합니다. 신생아 100만명 시대 태어나 늘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고교 입시 때 평준화, 30살에 88올림픽, 40살에 외환위기, 50살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고도성장의 단맛도 봤지만, 저성장의 함정도 헤쳐왔습니다. 이제 환갑을 맞아 인생 2막을 여는 58년 개띠. 그들의 오래된 사진첩 속 빛바랜 인생 샷을 통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볕 좋은 날 가족들이 모두 부산 범어사로 나들이를 갔다. 앞줄 제일 왼쪽에 있는 꼬맹이는 우리 종철이, 누이 은숙이, 그리고 나.

아마 부모님은 이 시절을 이날을 가장 그리워하시지 않을까. 우리 셋이 모두 부모님과 함께 단란했던 그때. 나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면 대부분 고개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우스갯소리로 좌파라 그렇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1983년 여름, 당시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야학 교사들과 함께 설악산으로 수련회를 갔다. 비를 뚫고 설악산 쌍용폭포에 다녀오기로 했다.

출발 이전에 준비가 부족한 후배들을 저렇게 훈계했다. 복학한 선배가 저렇게 꼰대처럼 굴었으니, 후배들은 내가 얼마나 싫었을까. 저기 반바지 차림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성, 지금의 내 아내다.

취직하고 얼마 안 된 때 나의 사랑하는 신부님을 찾았다. 신학, 공학, 철학 등 8개의 박사학위를 가진 멕시코 출신의 펠릭스 신부님. 신부님은 나와도 내 동생 종철이와도 잘 알고 지냈다. 셋이 같이 술을 마시면, 소주 스무 병은 거뜬했다.

그러나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신부님도 일찍 떠나셨다. 종철이와 함께 정말 많이 보고 싶은 형님이다. 어쩌면 저 위에서 종철이와 신부님은 한잔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2004년 아버지 생신 때 가족들이 모였다. 1987년 겨울, 동생이 그렇게 죽고 서둘러 결혼을 했다. 이어서 두 아들이 태어나 새 식구가 됐다. 어머니는 손자 둘을 키우는 맛으로 아들을 잃은 슬픔을 지워내는 중이었다.

지금은 다 큰 내 두 아들은 기특하게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자주 찾는다. 부모님의 저 두 웃음 좀 더 오래 볼 수 있었으면.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다. 2016년 아내와 함께 제주도 올레길을 완주했다. 산티아고를 40여 일 걷기 위해서는 건강 및 체력 관리가 꼭 필요하다.

마음은 앞서지만, 산티아고를 못 가 제주 올레길이 더 낫다는 위안을 해보기도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언제쯤 갈 수 있을까.

58년 개띠 인생 샷을 보내고 50만원 상금 타세요

중앙일보는 대한민국 현대사와 궤를 함께한 58년 개띠 여러분의 앨범 속 사진을 기다립니다.
응모해주신 사진과 사연은 중앙일보 [더,오래] 지면과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됩니다. 독자의 호응이 컸거나 공유·공감·댓글이 많았던 응모작 4편은 각 50만원의 상금도 드립니다.

응모 대상: 58년생(본인은 물론 가족·지인 응모도 가능)
응모 기간: 2018년 1월 31일까지
보낼 곳: theore@joongang.co.kr    
보낼 내용
①자기소개와 현재 프로필 사진
②추억 속 5장의 사진과 사진에 얽힌 사연(각 300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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