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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약 먹었다" … 美 육상계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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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6회 연속으로 종합우승을 달성한 미국 육상계가 예기치 않은 약물 파문으로 발칵 뒤집혔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단거리의 간판 모리스 그린(29)과 팀 몽고메리(28)가 부진했지만 계주 팀이 남녀 1천6백m와 남자 4백m를 휩쓰는 등 금메달 10개를 수확했다.

그러나 여자 1백m와 2백m를 12년 만에 동시 석권한 켈리 화이트(26)가 금지약물인 '모다피닐'양성 반응을 보인 데 이어 남자 4백m와 1천6백m 계주에서 우승한 제롬 영(27)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전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 난드롤론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육상의 '약물 악몽'은 이미 올 상반기에 감지되기 시작했다.

1991년부터 10년간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약물담당이사를 지낸 웨이드 엑슘 박사는 지난 4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80~90년대 미국 올림픽 대표선수 중 상당수가 약물을 복용했으나 USOC가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폭로 중에는 칼 루이스가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내 선발전에서 약물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주장까지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SA)는 파문이 확대되자 미국 올림픽대표 선수들의 약물 복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이미 세월이 지난 사건이라 파문은 일단 진정됐었다.

그러나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화이트와 영의 약물 복용 의혹이 잇따라 도마에 오르면서 미국 육상선수들의 약물 파문은 다시 확산될 전망이다.

아르네 륑크비스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부회장은 화이트의 약물 파문과 관련, 미국육상연맹에 청문회를 열어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IAAF는 화이트가 2백m 우승 직후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단 한차례라도 기록 향상을 위한 약물 복용 사실이 확인될 경우 금메달 두개를 모두 박탈하고 2년간 자격 정지까지 내린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함께 영의 약물 복용 의혹을 조사키로 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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