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TA 'A학점'… 부동산은 글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색깔 없는 부총리'란 얘기를 듣는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5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조용히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을 보여온 한 부총리의 최대 성과로는 해묵은 난제인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합의를 이끌어낸 게 꼽힌다.

이렇다 할 경기부양책을 동원하지 않은 채 일관된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총생산(GDP) 등 실물지표를 개선하고 경기회복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도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 부총리는 취임 1년을 맞아 "그동안 우리 경제의 규제 개혁과 글로벌화에 주력해 왔다"며 "앞으로 경제 시스템을 시장 개방에 걸맞게 바꿔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당시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실제 정책 개발에서도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면서 '개방과 경쟁'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한 부총리의 적극적인 개방 정책은 해외에서 '한덕수 프리미엄'이라 불릴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합리적인 설득을 통해 정책의 안정성을 높이는 수평적 리더십도 돋보인다는 게 과천 관가의 평이다.

그러나 부동산.조세정책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통치철학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수주(受注)형 정책'을 내놓는데 그쳤다.

특히 "부동산투기는 이제 끝났다"는 호언장담과 함께 내놓은 8.31 부동산대책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면서 집값 양극화만 불러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유세 강화 등을 골자로 한 8.31 대책이 중장기적으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아파트 공급 확대가 없기 때문에 서울 강남 집값 하락이라는 단기적 목표와는 거리가 먼 내용이라는 비판도 여전한 실정이다.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이 정치논리에 밀려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와 양극화 해소를 임기 후반의 핵심 과제로 잡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들이다. 또 청와대와 각종 위원회, 열린우리당 등이 여러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총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부처뿐 아니라 정치권, 사회세력 등을 아우르는 조정탑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상황이다.

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