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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자 위한 바삭촉촉 멘보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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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호 28면

▶ 진진야연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62 (서교동 375-32)
전화: 070-8713-8888 매일 오후 6시~새벽 2시 

강혜란의 그 동네 이 맛집 #<15> 서교동 진진야연

27년 간 일해오던 특급호텔 중식당을 떠나면서 왕육성(64) 대표가 생각한 것은 하나였다. 고급 중화요리의 문턱을 낮춰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당을 열자. 때문에 가게 자리를 알아볼 때 처음부터 강남은 제외했다. 이태원·대학로·북촌 일대를 시작으로 홍대 상권까지 훑어보게 됐다.

조건은 세 가지, 1층에다 권리금이 없고 총 30~40평(40~50석) 규모라야 했다. 1층은 접근성 때문이고 권리금이 없다는 건 관련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동종업계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40~50석이면 헤드셰프 1인이 보조 3~4인의 도움을 받아 일시에 커버할 수 있다. “80석이 넘어가면 셰프를 2명 써야 하는데 아무리 같은 재료·레시피도 손맛 차이가 나니까, 제가 원하는 일관된 맛을 내기 어렵죠.”(왕 대표)

서교동 한적한 골목 안 오토바이 수리점을 권리금 없이 넘겨받아 ‘진진’을 연 게 2015년 초. 바로 맞은편에 진진 신관이 들어선 데 이어 2016년 3호점 진진가연이, 지난해 10월 4호점 진진야연이 문을 열었다. 가연과 야연은 한 집처럼 맞붙어 있다. 심야 중식당을 표방하는 야연이 3호점 가연 터에 자리 잡았고 가연은 좀 더 넓은 옆 건물로 옮겨 갔다.

밑반찬은 보통 ‘짜사이’라고 발음하는 자차이(榨菜) 무침과 볶은 땅콩, 고수 세 가지뿐이다. “단무지나 양파는 왜 안 주느냐”는 불평이 이젠 별로 없지만, 초창기엔 설명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일반화한 중식당 메뉴가 표본이거나 전부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10여 가지로 절제하되 일반 중식당에선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청요릿집’ 고급 메뉴를 대중화한 거죠.”

예컨대 멘보샤가 있다. 일종의 ‘새우살 식빵튀김’으로, 진진이 다시 유행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진 새우살을 식빵 사이에 넣어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튀겨 내는데, 새우의 향과 감칠맛을 기름기가 잡아먹지 않게 온도와 속도를 맞춰야 한다. “여성분들이 튀김류를 좋아해서 주력 메뉴로 넣었죠. 비밀인데요, 여성이 좋아하는 메뉴 개발을 잘 해야 장사가 잘 됩니다(웃음).”

통째 찐 우럭 한 마리에 튀긴 대파·생강·간장소스·홍고추 등을 가미한 칭찡우럭 역시 웬만한 호텔 식당급 선도(鮮度)를 자랑한다. 담백한 생선살은 씹을수록 감칠맛이 올라오고 여기에 곁들인 파채와 고수, 소스 등이 달콤새콤짭쪼롬향긋한 추임새를 넣는다. “활우럭을 찌면 약간 질긴 식감이 나서, 일단 생선을 받으면 피를 빼고 냉장 숙성시킵니다. 매일 30~50마리 들여오고 그 정도 팔리니까 선도를 유지하며 순환이 가능하지요.”

야연을 포함해 진진 1~4호점은 메뉴가 거의 같다. 3호점 가연에서 점심 메뉴로 내놔 인기를 끈 해물짬뽕을 야연에서도 식사 메뉴로 만날 수 있다. 닭·돼지 뼈를 우린 육수에 새우 머리와 꽃게를 우린 소스를 섞고 새우·바지락·소라·오징어 등 해산물을 넣는다. 목이버섯·청경채·배추 등이 어우러진 짬뽕 국물을 들이켜면 마치 용궁을 통째로 삼킨 듯 푸짐하다. “초기엔 고추기름을 낸 매운 짬뽕을 했는데, 이게 인기를 끌면서 (매운 짬뽕을 하는) 주변 식당에 피해를 주게 돼서…. 하얀 국물 짬뽕은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이라 늦은 밤 취객들에게도 좋고요.”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진진야연에는 인근에서 상점·식당을 하다 셔터를 내린 뒤 오는 이들이 많다. “열심히 일한 뒤에 해장국·라면만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그들도 늦은 시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게 심야 영업을 하게 됐다”고 한다. 심야 손님을 위한 별도 메뉴도 개발 중이다. 최근작은 ‘사자머리’. 볶은 배추를 바닥에 깔고 연뿌리·표고버섯·죽순·마른새우살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완자를 올린다. 소스를 끼얹고 꿔바로우 가루를 살짝 뿌린 완자 모양이 사자머리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내 요리란 게 수만 가지가 넘는 중국 요리를 이어받은 거지 뭐 창의적이고 특별하겠어요. 다만 진진이 좀 다른 건 운영 시스템이죠. 소위 ‘회전’을 빈틈없이 하면서도 질 좋은 서비스와 균질한 음식을 배려하는. 낮이나 밤이나 이 음식을 찾는 분들을 위해 식당을 늘리다보니 4호점까지 왔네요, 허허.”

어찌 보면 서교동의 ‘미들급’ 중식당에 불과한 진진이 미쉐린(미슐랭)가이드 서울 편에서 2년 연속 별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참고로 미쉐린이 밝힌 평가기준 5개는 ▶요리재료의 수준 ▶요리법의 풍미와 완벽성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이다. ●

글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nag.co.kr, 사진 진진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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