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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장님" 모시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등촌동 소통령 리틀 전」의 전성시대, 그의 주변엔 권력과 이권을 좇는 무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운동」과「경호」밖엔 해본 일도, 아는 것도 없는 사람 좋은「리틀 전」 은 이들의『회장님, 회장님』아첨과 칭송에 우쭐거리며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 천방지축 닥치는 대로 일을 벌이고 힘을 휘둘러됐다.
『어제 밤 형하고 술 한잔했는데….』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곧잘 들먹이는 것은「형」이었다.
결코 권력기관일수도, 이어서도 안될 새마을본부와 대통령동생 전경환은 이를 배경으로 권력기관·권력자로 등장했다.
여기에는 전자신의 책임과 함께 주변에서 그를「이용」한 측근, 모리배들, 그리고 그를 알아서 모신 정치·경제·행정 각 부문 지도인사들의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측근·주변인물들의 과잉 충성·아첨은 전씨 자신의 유난스런 자기과시 욕과 겹쳐 희극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사무총장·회장재임 중 쉴새 없이 전국을 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시도지사·시장·군수·시 도경국장·경찰서장등 기관장들이 다투어 영접을 했고 일부 기관장들은 그를 상석에 모시고 업무브리핑을 하는 망발까지 서슴지 않았다. 지역새마을지도자·유관단체 장들이 참석한 오찬·만찬이 베풀어져 성황을 이루곤 했다.
이런 자리에서 전씨는 새마을부녀협의회 등 여성추종자들에 휩싸여 행복한 표정을 짓곤 했다.
이들 부녀자들 가운데는 딸기를 쟁반에 담아들고 전씨를 따라다니며 한 개씩 전씨 입에 넣어주는, 신혼주부가 남편에게나 할 서비스를 하는 부녀자들도 드물지 않았다. 부녀회장을 지낸 오 모씨는 어느 집회에서 그를『태양』이라고 까지 지칭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열렬(?)한 추종을 인연으로 남편을 출세(?)시키기도 하고 이권을 얻어낸 여장부들도 흔했다.
전씨 심복 중 한 사람으로 수사착수 전 남미로 도피한 새마을본부 전 기획조정실장 김진택씨의 경우 부인 이은숙씨가 평택군 새마을부녀회장을 맡아 새마을에 관계한 것을 인연으로 전씨에게 남편을 추천해 새마을본부의 실력자가 되기에 이르렀다.
약사인 이씨는 그와 함께 자신도 새마을부녀협의회 전국연합회 회장을 지내고 전씨의 부인 손춘지씨가 설립한 청송원 이사를 맡는 등 부부가 전씨 새마을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검찰수사에서 새로운 비리로 드러난 인천 길병원 이사장 이길녀씨(55)도 새마을 끈으로 전씨와 긴밀한 거래를 한 사람.
인천의 여걸로 알려진 이씨는 83년 인천시 새마을부녀협의회 후원회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전씨에게 접근, 병원신축자금으로 2억9천만 원을 전씨의 새마을기금에서 빌어 쓰고 인하대부속병원 설립허가저지를 은밀히 청탁하며 4천7백만 원의 사례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전북 옥구 출신으로 57년 서울대의대 졸업 후 집안 도움을 얻어 인천서 산부인과를 개업한 것을 시발로 인천에 2개, 양평·철원 등 모두 4개의「길병원」을 설립, 운영중인 55세의 미혼 여장부 이씨는 그러나 인하대부속병원 건은『경기·인천병원협회 결의사항』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그러나 전씨 주변에 여자스캔들이 거의 없는 것은 그런 문제에 엄격한 형의 영향이라는 얘기도 있다. 86년 8월 전씨가 미국연수를 마치고 귀국할 때는 1백여 명의 새마을관계 부녀자들이 김포공항에 영접을 나와 법석을 피우기도 했다. 그중 부녀자사이클회원 20여명은 핫팬츠차림이어서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씨 주변엔 이처럼 여자들 말고도 뒷골목 주먹들의 그림자도 어른거렸다.
서진 룸살롱 장율석 일당과의 관련설 등의 소문 말고도 전씨 주변엔 늘 건장한「어깨」들이『형님』『형님』하며 붙어 다니는 것이 목격돼왔다.「리틀 전」은 과연 자신의 분수를 언제쯤 바로 알았을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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