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로 암호화폐 거래 터주고 돈세탁은 철저히 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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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회 정무위는 18일 가상화폐 투기 근절 대책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았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전면 폐쇄하거나 불법행위를 한 거래소만 폐쇄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고 밝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왼쪽부터)이 입장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국회 정무위는 18일 가상화폐 투기 근절 대책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았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전면 폐쇄하거나 불법행위를 한 거래소만 폐쇄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고 밝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왼쪽부터)이 입장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 손에는 거래소 폐쇄 카드를, 한 손에는 자금세탁 방지 카드를 들었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자금세탁 방지가 옐로카드라면 거래소 폐쇄는 레드카드로 볼 수 있다.

금융당국 대처 속도 빨라져 #가상계좌 취급 6개은행 점검 마쳐 #내주 자금세탁 방지 지침 발표 #최종구 금융위원장 국회 나와 #‘거래소 폐지’ 여전히 가능성 언급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근본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모두) 폐지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불법행위를 한 거래소를 폐지하겠다는 건가”라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협의 중인 안에 둘 다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폐쇄를 살아있는 선택지로 언급한 것이다. 전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부처간 엇박자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에 대해서다. 최 위원장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과열 진정 조치가 있었는데도 이런 식의 거래가 이어지고 기존 시스템으로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면 거래소 자체를 폐쇄하는 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논의가 정부 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입법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많이 했고 그런 취지에서 법무부 장관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역풍과 입법 과정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일 걸릴 전망이지만 거래소 폐쇄는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옵션이 됐다.

금융당국은 이와 별도로 다음 주 중 암호화폐 가상계좌를 취급하는 은행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부터 전날까지 우리·국민·신한·농협·기업·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검사를 했다.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자금세탁을 하려 할 때 은행이 막아낼 수 있는지 40여개 체크 리스트를 점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세탁 방지 절차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일반 거래와 달리 암호화폐 관련해선 꽤 많은 부분이 미흡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고액의 현금 거래가 있을 때 또는 자금세탁 우려가 있는 의심 거래가 있을 때 당국에 보고하게 돼 있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엄격한 본인 확인 및 자금 출처 확인 등도 지도 해당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여러 명이 돈을 거둬 암호화폐에 투자하려 해도 은행이 자금 출처와 용도를 엄격하게 요구하면 신규 투자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분주하다.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실명제도 이르면 이달 중 시행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날짜를 정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실명 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동일 은행 계좌간 입출금만 허용한다. 만일 지금까지 암호화폐 거래소가 발급한 가상계좌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던 투자자라면 거래소와 같은 은행의 본인 실명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가 금지된 청소년과 외국인이 걸러지고 실명으로 드러난 수익원이 과세 토대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실명제와 자금세탁 방지 절차 강화로 두 마리 토끼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부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옥죄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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