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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단일팀이란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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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지난해 2월 일본 삿포로 아시안게임 때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애국가를 목 놓아 불렀다. 다들 눈물로 범벅이 됐다. 난생처음 중국을, 그것도 10차례 슛 아웃(승부차기 격) 끝에 이긴 기쁨이라고 보기엔 격렬했다. 1998년 이래 한국 유일의 여자팀이자 대표팀이란 신산(辛酸) 때문이었을까. 덩달아 울컥했다. 이들은 평창에서도 애국가를 부를 수 있을까.

“여자 아이스하키로선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라고 하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훗날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짧게 수년, 길게 10여 년 인생을 건 한수진 선수 같은 이들에게 “메달권도 아니니까”(이낙연 국무총리)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10여 일 후 올림픽 무대에서 뛰라는 게 온당한 일일까. 동네축구로 보는 걸까.

“한 경기라도 뛸 수 있으려나….” 12년간 대표로 있으면서 열 차례 정도 경기에 나섰다는 세컨드 골리(골키퍼)인 한도희 선수는, 또 동료들은 ‘낙하산’인 북한 선수를 용납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될 생각이 있느냐.” 스팸인 줄 알았던 이 같은 조국의 부름에 응한, 사실상 미국인이고 캐나다인이기도 한 선수들이 현재 가족과 지인들이 사는 땅을 위협하는 북한도 대표해야 한다는 사실에 선뜻 수긍할까.

“나에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희망한다.” 새러 머리 감독의 말이다. 만일 있다면 어쩌나. 왜 단체경기 중 아이스하키, 그중에서도 여자팀만 거론하나. 성적 때문인가, 다른 배경이 있는 건가.

의문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점점 커지는 목소리가 있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과연 사람이 먼저인가.

평창올림픽이 북한과 관계 개선의 계기란 데 공감한다. 권력 의지는 더 나아가 자국민의 눈물에도, 북한 선수 몇 명에 더해 북한 체제를 선전할 ‘미녀응원단’ 등 수백 명이 더 오는 것도 감내하겠다고 한다. 결기는 알겠다. 그래도 단일팀이란 쇼까지 벌여야 하나. 그게 최선인가. 핵무장 국가란 북한의 본질은 달라질 기미가 없는데 우린 더한 분열에 놓였다. 정치 과잉이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평창으로 낙점됐을 때 현장에 있었다. “평양 아니고?”란 질문을 받곤 했다. 낯선 이름 때문이었다. 당시엔 손사래 쳤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통상 올림픽 20여 일 남은 시점엔 태극전사들의 땀과 눈물, 열정과 도전을 상찬한다. 지금은 온통 평양 얘기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