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는 정치보복 … 모든 책임 내게 물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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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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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얼굴) 전 대통령이 17일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MB, 750자 성명서로 직접 반격 #“보수 궤멸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보복” #문무일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우리 정부의 공직자들은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라며 “저의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 저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이 사무실에서 읽은 성명서는 모두 750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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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검찰은 ‘MB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국정원으로부터 수억원대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정 수행에 임했다. 퇴임 후 5년 동안 4대 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성명 말미에 “국민 모두가 단합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우리 국격을 다시 한번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로부터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뜻이냐”는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답을 하지 않은 채 삼성동 사무실을 떠났다.

MB 성명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고만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본인을 수사하라고 했는데 직접 수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예 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도 “노 코멘트”라며 “우리가 입장을 내서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불법 행위를 한 인사들이 구속됐음에도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로 둔갑시킨 점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번 정권처럼 일개 비서관의 지시 아래 정치보복 목적으로 노골적으로 사냥개 노릇을 대놓고 자행하는 정권은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안효성·김준영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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