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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초콜릿폰·카트라이더가 뜬 이유 … 단순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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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인 리앤디디비(Lee&DDB)의 이용찬 대표가 수년 전 한 이동통신회사의 광고를 시연할 때의 일이다. 한 임원이 이런저런 내용을 집어 넣으라고 제동을 걸었다. 이 대표는 마침 탁자 위에 놓인 귤 대여섯개를 집어들더니 받아보라며 던졌다. 당황한 임원이 한개도 받지 못하자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고객에게 너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면 하나도 제대로 기억시키지 못합니다."

제품 기능이 날로 첨단.복합화하는 가운데'단순함'이 오히려 기업경영과 마케팅의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능과 정보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들에게 핵심을 꼭 찔러 전달해 청량감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출시된 LG전자의'초콜릿 폰'은 단순미를 극대화한 제품. 장식을 최대한 줄였고 슬라이드를 닫은 상태에서는 키패드가 보이지 않게끔 설계했다. DMB나 고화소 카메라 기능을 갖춘 동급 가격대 제품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사양이지만 디자인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휴대폰은 기능이 최우선 아니냐'는 내부 반대도 있었지만 결과는 대성공. 30만대를 팔아 한 때 팬택에 위협받던 휴대전화 국내 2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데 1등 공신이 됐다.

상용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여 만에 가입자 1200만명을 확보한'국민 게임'카트라이더의 성공도 단순함의 힘이었다. 실제 자동차 경주를 방불케 재현해야 한다는 레이싱 게임의 통념을 깨고 시프트.컨트롤.화살표 키만으로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승부욕이라는 게임의 본질은 살리되 나머지는 되도록 단순하게 구성한 게 주효했다.

회사 상징 로고를 빨간 화살표 모양으로 바꾼 금호아시아나는 단순함의 원칙이 기업 CI에까지 적용된 경우다.

간략한 디자인이 회사 운명을 바꾼 경우도 있다.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시리즈는 잘쓰지 않는 녹음 같은 기능을 줄이고 단순한 디자인을 강조했다. 아이팟은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휩쓸며 위기의 회사를 살려냈다. 구글은 수많은 서비스와 동영상이 넘쳐나는 다른 홈페이지와 달리 로고와 검색창만 존재하는'썰렁한'홈페이지로 지난해 매출 61억3900만달러, 순이익 14억6500만달러라는 경이적 성과를 거뒀다. LG경제연구원의 형민우 선임연구원은 "단순하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며"불필요한 기능은 잘라내되 고객에 꼭 필요한 핵심가치를 짚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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