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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시용품 "예뻐서 좋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대학생·직장여성 발길도…비싼게 흠
지난 24일 오후 5시 동방플라자 팬시 구즈(Fancy Goods) 코너. 고 1쯤 돼보이는 남학생 다섯이 열심히 편지지를 고르고 있다.
『지난번 걔가 이 편지지에 써보냈더라. 괜찮던데』『야, 이건 어때? 여기에 답장쓰면 더 근사할것 같지않냐』
설왕설래끝에 가까스로 집어든 편지지에는 몸통이 과장되게 그려진 남녀 세사람과 동갑나기들이란 뜻의「The same age」가 씌어져있다.
6장의 편지지와 3장의 봉투로 된 이 한 묶음의 값은 3백50원.
『피곤할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와요』
서울 서소문 파출소 옆에 자리한 팬시가든의 점원은 한 여학생이 5천원을 주고 산 보조가방을 사탕모양으로 포장해주며 대답한다.
「기능 위주의 1차 개념 상품에 멋·꿈·사랑·아름다움의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의 재창조」를 내걸고 일상용품에 디자인+패션을 가미시킨 팬시용품은 10대들이 지향하는 환상적 문화의 소산.
지우개·필통 등 문구류에서 휴지통·도시락 통·시계에 이르기까지 1천여종의 상품들이 작고 아담한 형태를 갖춘채 파스텔조의 핑크·블루·코발트·회색에 실려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다.
『친구들과 자주 구경다녀요. 새로 나온 물건을 갖고 있는 아이가 제일 부러워요. 어디서 샀는지 수소문해서 모두들 찾아나서곤 합니다』
강승희양(18·신광여고3)은 『자신도 얼마전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팬시인형을 사주었다』고 했다.
이들 상품이 10대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예쁘기 때문」.
모양이 귀엽고, 앙증스러우며 색감도 촌스럽지 않아 예쁘고, 그래서 갖고 싶다는 것이다.
크리-아트사가 「선물의 집」형태로 체인 판매망을 구축, 팬시용품들을 국내 시장에 처음 소개한 것이 지난 70년대초.
당시만 해도 「선물의집 물건」으로 지칭 됐을 뿐 「팬시」라는 용어는 생겨나지도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경제사정이 호조를 보이면서 10대들의 상품구매력도 커지게 되자 80년대 중반이후 팬시 산업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정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83년 동방플라자가 문을 열면서 영스트리트에 팬시코너를 마련한 이후 본격화하기 시작한 팬시산업은 해마다 약 1백%내외의 신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아트박스·바른손 팬시·우리들(해태제과)·칸나랑(영아트)·아트플라자·정운등을 위시, 약 2백개 업체가 1천5백억원의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서울시내 팬시용품 업소만도 약1천개소가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팬시용품의 가격은 1백원짜리부터 최고 1만6천원(시계)정도. 개별 가격은 그리 크지 않지만, 예컨대 50∼1백원을 주면 살 수 있는 지우개가 팬시용품일 경우 1백50원은 줘야하므로따져보면 엄청난 디자인료를 무는 셈이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한달용돈 3만원가운데 1만원정도는 팬시용품을 사는데 써요. 보석함이나 종이가방같이 실용성도 낮고, 필요하지도 않은 쓸데없는 물건을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사는 경우도 많아요 지나치게 돈을 낭비하는 것같 아 보기에 안좋아요』
정혜승양(18·덕성여고3)의 날카로운 지적이다.
서울 동방플라자 문구담당 민경준씨는 『10대의 전유물로 시작됐던 팬시용품이 20대초반의 직장여성·대학생층에까지 파급되고있다』면서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의 계속적 개발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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