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에 이어 이번엔 '대공수사권'…안철수ㆍ유승민의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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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편안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햇볕정책처럼 이번에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이라는 ‘안보 이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 ‘통합과 개혁의 정치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안철수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 ‘통합과 개혁의 정치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안철수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시각차는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개편안을 발표한 14일부터 표출됐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 “국회에서 치열하게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기본 방향에는 옳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은 걱정하고 북은 박수치는 것이 개혁"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견해차는 15일에도 이어졌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이관하는 것은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지난 대선 때도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은 국정원에 남겨두는 방향의 공약을 제시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에서는 권력기관 개편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대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 등에서 바른정당과 의견차이가 있다”는 질문을 받고는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안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법개혁특위가 만들어진 만큼 거기서 치열하게 당 간의 논쟁 있어야 하고 결정 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장정숙 의원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장정숙 의원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양당은 통합 논의 과정에서 햇볕정책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지난 1월 5일 양당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에서 마련한 ‘양당 강령(정강ㆍ정책) 통합을 위한 토론회’에서 햇볕정책의 반영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양당에서 “정당 내 의원들 의견이 똑같지 않고 다 다르다. 정당의 스펙트럼 안에 포함될 수 있다”(안철수 대표), “바른정당은 햇볕정책의 성과를 부정하지 않는다”(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등의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통합 과정에서 외교ㆍ안보 문제의 견해차가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유 대표가 “안보위기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는 안보 위기의 해법에 대한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당도 같이 하는게 맞다”며 안 대표 측을 강하게 압박하는 양상이다. 국민의당 내 통합반대파도 이같은 외교ㆍ안보 부분의 견해차를 통합 반대의 근거로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 통합파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양당 간에는 공통점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며 “안보 부분도 이견이 있지만 조율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도 “정책적 이견은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면 되는 것이니 큰 문제는 안 될 것 같다”며 “다른 것보다 공유하고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아서 그런 차이점들이 통합에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안 대표에게 더 시급한 건 당내 이견을 정리하는 문제다. 이날도 통합파와 통합반대파는 격한 대립을 이어갔다. 통합 반대파는 안 대표를 향해 “바이러스”(정동영 의원), “썩은 정치”(박지원 의원) 등의 비판을 가하고 있다. 반면 통합파는 반대파를 향해 “바른정당에 겁먹는 새가슴”(장진영 최고위원), “상왕이 되고 싶었지만 뜻대로 안 되니 몽니를 부린다”(이태우 최고위원) 등으로 맞받았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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