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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록원에 블랙리스트 있었다"…당시 박동훈 원장 수사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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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록원이 진보좌파성향 기록 전문가 20명을 산하 각종 위원회에서 배제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국가기록원 블랙리스트'다. 다만 20명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명단은 확인되지 않았다.

행안부 산하 국가기록관리혁신 TF 15일 활동결과 발표 #“2015년 국가기록원장이 '문제 위원' 20명 단계적 교체 장관에 보고” # 20명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못밝혀…수사통해 찾아내야 #당시 박동훈 원장 " 20명 명단 존재하지 않는다. 법적대응할 것 " 반박 #노무현 대통령 기록물 유출도 이명박 대통령 기획관리비서관실 주도 #

 민간 기록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관리 혁신 태스크포스(TF)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혁신TF 활동결과'를 발표했다. 블랙리스트 존재와 관련 당시 국가기록원장인 박동훈(재임 2014.10~2016.2) 씨에 대한 수사 의뢰도 국가기록원에 권고했다.

2015.3.26 장관 보고 문서 '국가기록원 현안보고' 중 '문제위원 8개 위원회 20명' 관련 페이지[사진 국가기록관리 혁신TF]

2015.3.26 장관 보고 문서 '국가기록원 현안보고' 중 '문제위원 8개 위원회 20명' 관련 페이지[사진 국가기록관리 혁신TF]

혁신TF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은 2015년 3월 26일 당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보고한 '국가기록원 현안보고'에서 조직쇄신 추진계획을 밝히며 '일부 직원(주로 연구직)과 외부 진보 좌편향 인사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국가기록관리(제도·행사·용역·위원회 등)가 정부 정책에 반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국가기록원 관련 22개 위원회 및 협의회(1095명) 중 문제 위원을 교체(8개 위원회, 20명) 하고 향후 임기 도래시 문제 위원을 단계적으로 교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록 전문 요원이나 시험위원, 각종 민간 위탁사업시 발주업체에 대해서도 문제 위원이나 업체를 배제한다'고 보고했다. 당시 세계기록협회(ICA) 서울총회 준비와 관련해 일부 문제위원(3명)은 이미 교체했다고 보고했다. 교체 조치됐다는 3명 중 한 명은 이소연 현 국가기록원장이다.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장인 안병우 한신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15일 행정안전부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2008년 개관 당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쓴 현판을 국가기록원이 2014년 교체한 모습[사진 행정안전부]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장인 안병우 한신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15일 행정안전부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2008년 개관 당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쓴 현판을 국가기록원이 2014년 교체한 모습[사진 행정안전부]

 안병우 혁신 TF 위원장은 “국가기록원장이 특정 인사 배제에 관해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증거는 확보했지만 20명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위원회 권한의 한계로 확인하지 못했다”며“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블랙리스트 작성 내역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당시 장관을 수사 의뢰하지 않는 것은 윗선 지시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관련 상급기관의 역할에 대해 엄중한 수사가 진행되야 한다"고 했다.

 이에 관련 박동훈 전 원장은 입장 자료를 내고 " 8개 위원회 20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위원회 명칭이나 위원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20명은 구체적 명단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개략적으로 (이 정도 되지 않겠느냐) 예측한 수치며 실질적인 교체도 없었다"고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했다. 또 "민간위탁사업 발주 등에도 문제위원이나 업체 배제는 추진되지 않았다. 기록관리 혁신TF의 관련 문서 입수 경위 등에 대해 명예훼손과 무고 기타 법률 위반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혁신TF는 또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유출 고발' 사건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형식상 국가기록원이 고발장을 제출하기는 했으나, 고발을 주도한 것은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당시 대통령실이었다는 것이다.

 '10·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도 당시 국가기록원이 학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검찰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해 기록전문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쓴 대통령 기록관 현판 교체와 관련, 국가기록원이 중립성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대통령기록관은 2008년 개관 때부터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쓴 현판을 사용해 왔는데 2013년 10월 민간단체가 이를 문제삼는 민원을 제기한 후 이듬해 현판이 교체됐다"며" 민간단체 한 곳이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이 이를 안건으로 상정했고 일부 위원이 신영복 교수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등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했다.

 혁신 TF는 세월호 참사처럼 진실 규명이 필요하거나,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대한 사안과 관련된 기록의 처분에 대해서는 강화된 평가절차를 적용하는 ‘기록처분동결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또 국가기록원이 행안부와 협력해 '기록사건 진실위원회'를 구성해 16대 대통령 기록물 유출논란 등 의혹을 조사할 것을 권고했다.

염태정·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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