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세금"…중국 쓰레기 수입 중단에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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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병은 2016년 세계적으로 4800억개가 팔려나갔다. 분당 100만개가 판매됐다. 생물학적으로 분해되기까지 약 450년이 걸리지만, 재활용을 위해 수집되는 양은 절반에 못 미친다. 새 병으로 재탄생하는 비율은 7%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로 유입돼 쌓여 있다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물고기 등에 섭취돼 먹이 사슬을 거쳐 인체로 유입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로 유입돼 쌓여 있다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물고기 등에 섭취돼 먹이 사슬을 거쳐 인체로 유입된다.

 영국 정부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세금이나 추가 비용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슈퍼마켓에는 플라스틱 포장이 사용되지 않은 제품만 놓인 ‘플라스틱 프리' 진열대가 생긴다. 중국이 지난해 말 영국 등으로부터 폐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전격 중단한 데 따른 조치인데, 환경단체와 야당은 더 강력한 환경 보호 대책을 주문했다.

분당 100만개 팔리는 플라스틱병, 분해까지 450년 #영국 정부, 비닐봉지 유료 판매 모든 소매점으로 확대 #일회용 커피컵에 25펜스…'라테 부담금'도 검토 #폐플라스틱 연 50만t 중국 수출길 막히자 대책 발표

 테리사 메이 총리는 11일(현지시간) 2042년까지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없애는 내용의 25개년 환경 보호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를 5펜스에 팔도록 한 유로 판매 제도를 모든 소매점으로 확대한다. 플라스틱과 관련해 친환경적인 혁신 연구가 진행되도록 정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5개년 환경 보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5개년 환경 보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영국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된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미세한 고체플라스틱은 얼굴 세정제나 샤워젤, 치약 등에 쓰이고 산업용 청소 용품이나 합성섬유, 타이어 등에도 사용돼왔다. 미세 플라스틱은 물론이고 플라스틱 쓰레기 역시 바다로 유입돼 쌓여 있다가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물고기 등에 섭취돼 먹이 사슬을 거쳐 인체에 유입된다.

 메이 총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리 시대에 가장 큰 환경 위협 요소 중 하나"라며 “영국에서만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년 로열 앨버트 홀 1000개를 메울 정도로 쏟아진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은 일회용 커피 컵에 25펜스를 부과하는 이른바 ‘라테 부담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 [그린피스]

미세플라스틱 [그린피스]

 영국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중단한 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영국은 매년 폐플라스틱 50만t을 중국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플라스틱과 폐금속 등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지난해 연말 중단했다. 2016년에만 전 세계 폐플라스틱 수입량의 56%가량을 소화하던 '쓰레기 수입 대국' 중국이 산업 고도화와 환경 보호를 위해 방향을 튼 것이다.

 영국은 소각 시설이 많지 않은 데다 신설하면 환경 문제가 야기되고, 매립하자니 양이 너무 많아 당장 비상이 걸렸다. 폐플라스틱 등을 중국으로 대량 수출해온 미국의 재활용업계도 사업 위축 등을 우려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자 영국이 자국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이터]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자 영국이 자국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이터]

 메이 총리의 발표에 대해 존 서븐 그린피스 영국 대표는 “영국의 환경은 25년짜리가 아니라 25개월짜리 비상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집권 보수당의 싱크탱크가 환경 보호 정책이 젊은 층의 표를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데 대해서도 서븐 대표는 “정말 정부가 젊은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그들이 중년이 되기 전에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 헤이먼 노동당 환경 대변인은 “정부가 경미한 정책을 내놓은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풀 속으로 차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당장 시행되는 정책은 비닐봉지 유료 판매 확대뿐이라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가 '불필요한' 플라스틱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써 규제 대상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여름 부산 해운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를 권장하는 이색 시민 체험 캠페인을 펼쳤다. 송봉근 기자

그린피스가 지난해 여름 부산 해운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를 권장하는 이색 시민 체험 캠페인을 펼쳤다. 송봉근 기자

 영국 하원 환경위원회 메리 크리그 위원장은 “쓰레기 처리 비용이 오랫동안 납세자들에게 전가돼 왔다"며 “오염을 유발하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처리하는 비용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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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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