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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위해···" 전 국정원 인사통이 발표한 개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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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위해"…전 국정원 인사통이 발표한 국정원법 개정안

“후배 직원들이 그런 정보기관에서 근무하게 하려는 간절함을 담았습니다.”

12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57ㆍ서울 동작구갑)이 이런 말을 했다. 국가정보원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는 기자회견 말미에 “국정원 전ㆍ현직 직원들께도 한 말씀 덧붙인다”면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중앙포토]

김 의원은 “혼란과 당황스러움, 불만과 억울함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많은 국민이 정보기관의 개혁을 한결같이 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 다 같이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을 했으면 한다. 현 상황을 국정원 직원들 입장에서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보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전ㆍ현직 직원 여러분들이 (환골탈태하려는 국정원 지휘부에) 힘을 보태 함께 해주시면 국정원은 여러분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이 관심을 끈 것은 그가 국정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경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국정원에 들어갔다. 이후 20년간 국정원 인사처에서 근무했고, 인사처장을 지냈다. 국정원 창설 이후 인사 업무만 20년간 담당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그를 영입한 문재인 당시 당 대표는 “우리 당은 그동안 정보전문가가 부족했는데, 김 처장 입당은 이를 보완해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1월 김병기 국정원 인사처장 영입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1월 김병기 국정원 인사처장 영입했다. [중앙포토]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서훈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국정원에서 만 20년간 인사를 하면서 가장 뛰어난 선배다. 직원들의 열망을 잘 알 것이다. 계속해서 존경받는 선배가 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은 이 같은 말이 그동안 국정원의 내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권 교체 때마다 ‘라인’과 ‘성향’에 따라 주요 보직이 바뀌는 문화와 그에 대한 내부 불만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평소 “개혁을 빙자한 인사가 (국정원의) 문제였다” “민주주의로 훈련되지 않은 정보기관은 ‘주관적 애국심’에 사로잡힌다” “잘못된 편견에 권력의 힘이 실리는 것을 국민이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소신을 피력해 왔다.

김 의원이 이날 대표 발의한 법률안은 ‘안보정보원’으로 명칭 개편과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등이 골자다.

개정 법률안은 국가정보원의 명칭을 안보정보원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국정원 건물 입구의 로고를 반대쪽에서 찍은 모습. [중앙포토]

개정 법률안은 국가정보원의 명칭을 안보정보원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국정원 건물 입구의 로고를 반대쪽에서 찍은 모습. [중앙포토]

국가정보원의 명칭을 안보정보원으로 개칭하고, 국정원의 직무를 국외ㆍ북한정보 및 방첩ㆍ대테러ㆍ국제범죄조직 등과 관련되고 북한과 연계된 안보침해행위 등으로 규정했다.

국내 보안정보와 대공수사 개념을 삭제해 국내 정치개입 가능성과 정권의 안보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차단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또, 안보정보원 직원들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범위는 정보활동 기본지침을 통해 법제화된다. 직무 일탈을 차단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이관해 창설 이후 57년 만에 순수 정보기관의 역할만을 맡게 된다.

특수 공작비 지출 결과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고, 국회 정보위원회와 본회의 의결로 감사원 감사를 강제할 수 있으며, 독립된 ‘정보감찰관‘제를 도입하는 등 내ㆍ외부 견제를 강화했다.

정치개입 등 일탈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치관여죄와 불법감청 및 불법 위치추적 죄에 대하여는 20년(기존 10년)의 공소시효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공수사권 폐지 등 국정원법 개정 방향에 대해 국정원 일각에서는 “국정원을 무력화하고 국가 안보를 오히려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도 대공수사권 폐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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