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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기술 예측 못하는데 낡은 지식 주입식 강의…대학이 학생 망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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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켄 로스 미네르바 스쿨 아시아총괄 디렉터가 지난해 11월 이뤄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학교 수업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최정동 기자

켄 로스 미네르바 스쿨 아시아총괄 디렉터가 지난해 11월 이뤄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학교 수업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최정동 기자

“100~200명의 학생이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교수는 현장과 동떨어진 지식을 가르친다. 주입식 강의를 듣는 동안 학생들의 창의력은 줄어든다. 대학이 학생을 망치고 있다.”

켄 로스 미네르바스쿨 아시아 총괄 디렉터 #전 세계 지식 섭렵해도 무용지물 #토론식 수업, 응용·창의력 길러야

켄 로스 미네르바스쿨 아시아총괄 디렉터는 대학들이 봉착한 문제점에 대해 지난해 11월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네르바스쿨은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생겨났다. 이 학교에는 캠퍼스나 강의실이 없다. 모든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캠퍼스 대신 세계 7개국에 있는 기숙사를 3~6개월마다 이동하며 생활한다. 샌프란시스코(미국)·베를린(독일)·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서울(한국)·하이데라바드(인도)·런던(영국)·타이베이(대만) 등이다. 학생들은 4년간 기숙사가 있는 도시들을 돌며 현지 문화와 산업을 배운다.

미네르바스쿨은 개교한지 4년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대학이 됐다. 2016년엔 306명을 뽑는데 1만6000여 명이 지원했다. 지원자의 합격률이 1.9%였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는 “미네르바스쿨은 하버드(5.2%), 예일(6.3%), 스탠퍼드대(4.7%)보다 합격률이 낮다”고 평가했다. 미네르바스쿨이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낸 비결은 뭘까. 다음은 로스 디렉터와의 일문일답.

대학이 학생들을 망치는 이유는.
10년, 20년 후 어떤 기술이 중요할지 예측할 수 없다. 전 세계의 지식을 섭렵해도 익힐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지 모른다. 과거 방식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제는 누구나 모바일기기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학이 기존 방식으로 체계화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하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소통능력, 협업능력 등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다. 이런 능력도 훈련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
미네르바스쿨에선 어떤 교육이 이뤄지나.
수업은 100% 온라인이나 모두 토론식이다. 기존의 온라인 기반 대학과 다른 점이다. 수업은 20명 내외로 한다. 교수는 수업에 대한 간단히 설명하고, 참여가 저조한 학생을 지목해 질문하는 정도다. 학생들끼리 토론하며 비판적 사고력과 소통능력을 기른다. 학생들은 해당 주제에 대한 동영상을 보거나 논문을 읽은 후 수업에 참여한다. 일주일에 12시간 수업을 듣기 위해 보통 50시간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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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개국을 이동하며 생활하는 이유는.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 문제를 보는 시각도 다양해진다. 이런 경험을 한 학생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고 누구와도 어울려 일할 수 있다.
교육 효과가 궁금하다.
미국의 대학 학업성취도 평가의 일종인 CLA+(Collegiate Learning Assessment)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미네르바스쿨 신입생은 미국 전체 대학생의 상위 22%인데, 1년 후 상위 1%까지 올라간다.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기업·공공기관의 만족도도 굉장히 높다.
한국 대학의 문제점은.
한국 학생들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뭘 배우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있다. 대학은 수단일 뿐,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대학도 미래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미래 인재를 기르기 위해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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