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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적금도 있네 … 돈이 움직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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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안정형 투자자인 회사원 박모(35) 씨는 한동안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묵혀뒀던 돈 200만원을 빼기로 했다. 너무 낮은 이자 때문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은행 예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지난해 증시와 암호화폐 투자가 좋았다고 하지만 올해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며 “대신 금리가 높은 적금이 나왔다고 해서 차차 부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 금리 인상기를 맞아 돈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120조원대에 이르던 MMF 잔액은 이달 100조원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2년 만이다. 대신 전통적인 투자 상품인 예·적금이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 부활하는 예적금 #작년 정기예금 금리 오르자 #저축은행으로 1조원 넘게 유입 #최고 연 2.66% 주는 상품도 등장 #적금도 우대금리 걸고 유치전 치열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변동금리 상품 가입하는 게 유리”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은행권 정기예금(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지난해 1월 1.58%에서 지난해 11월 1.96%로 올랐다. 특히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더 주는 저축은행에선 예금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9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저축은행 예금 잔액은 2015년 말 4조4000억원, 2016년 말 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8조원으로 불어났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더라도 더 높은 금리의 예금상품으로 가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얘기다. 민주희 예금보험공사 리스크총괄부 금융시장분석팀장은 “금융권 가운데 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은행보다 최대 0.7%포인트 높은 것이 배경”이라며 “저축은행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예금이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이달 30일까지 ‘e-그린세이브예금’을 판매한다고 9일 밝혔다. 금리는 마감일 돈이 얼마나 모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최종 모집액이 100억원 미만이면 연 2%지만, 100억원 이상이면 2.1%, 300억원 이상은 2.2%, 500억원 이상이면 2.3%로 높아진다.

김용남 SC제일은행 수신상품팀 이사는 “공동구매로 제공되는 최고 금리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중 최고 수준”이라며 “복잡한 조건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14일까지 2~2.3% 이자를 주는 ‘운수대통 정기예금’을 판다. 비대면(인터넷·스마트뱅킹) 가입이 우대 조건이다. 기업은행도 다음 달까지 가입할 수 있는 ‘W 새해결심통장’을 내놨다. 목표액의 80% 이상을 적립하면 2.25% 금리를 제공한다. 목표액은 매월 1만~100만원 범위에서 고객이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2.2%)와 케이뱅크(2.15%) 예금도 비교적 금리가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곳은 세종저축은행의 ‘비대면 정기예금’(2.66%)이다.

일반적으로 예금보다 이자를 더 주는 적금 시장은 금리 경쟁이 더 치열하다. 은행 상품 중에도 잘 고르면 연 4%대도 찾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웰리치100여행적금’은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4.7%가 가능하다. 우리은행·우리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가 올라가는 구조다. 신한은행의 신한 첫거래세배 드림 적금은 예·적금, 주택청약종합저축, 카드 중 하나에 처음 가입하면 기본 이자율(1.1%)의 두 배인 2.2%를, 두 가지에 가입하면 3.3%를 적용한다. 오는 3월 말까지 가입하면 우대 이자율 0.2%포인트가 더 붙어 최고 3.5%가 가능하다. KEB하나은행의 내집마련더블업 적금은 기본금리 1.5%에다, 적금 만기 때 본인 명의의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보유하면 우대금리 1.5%포인트가 추가된다.

올해 예·적금 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금융 소비자라면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몇 번 올릴지 또 그 전후 시중금리가 어떻게 변동할지 관심 있게 봐야 한다. 금리가 오르고 있는 시점이라면 가입 시기가 금리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3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예·적금 금리를 정할 때 고려하는 금융채 금리 등 시중금리가 들썩일 여지가 커졌다.

고재필 KEB하나은행 Club1 PB센터 팀장은 “금리 인상기엔 예·적금 상품 가입 이후 금리가 추가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적금의 경우엔 1년 등으로 짧게, 예금의 경우엔 3개월마다 금리가 변동하는 회전식 상품이 좋다”며 “다만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시장에 선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상품 금리가 무조건 기준금리 인상분만큼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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