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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 선생의 생명사상을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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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긴 수염과 흰 두루마기 자락을 휘날리며 1970년대 민주화운동을 이끌던 고(故) 함석헌(1901~1989.사진) 선생을 '생명학 사상가'로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11일 오후 3시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다. 함석헌기념사업회(회장 이문영)가 탄생 105주년을 기념해 여는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함석헌의 철학사상'.

첫 발제자로 이기상(한국외대.철학) 교수가 나서 '함석헌의 생명학적 진리-우리말에서 읽어내는 삶의 진리'를 발표한다. 이 교수는 함석헌의 사상을 '생명학적 진리'로 규정했다. "생명학적 진리는 구체적 삶 속에서 온갖 난관과 부대끼며 온 몸으로 배우는 삶의 진리"라고 정의했다. 이성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서양철학적 진리와 구별된다. 이 교수는 특히 함석헌이 스승 유영모를 좇아 우리말에서 삶의 진리를 찾아냈던 점에 주목한다. 진리를 '참'이라 하고, 도(道)는 '길'로 쓰는 등 생명과 평화의 사상을 우리말로 일관해 풀어냈다는 것이다.

학술대회 이후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가 쓴 '내가 본 함석헌'(아카넷)의 출판기념회도 열린다. 김 교수가 '교수신문'에 2년 동안 연재해 온 글을 묶어 펴낸 '함석헌 평전'이다. 김 교수가 20대 청년 시절인 49년 서울 종로 YMCA 회관에서 함석헌의 성서 강해를 처음 듣고 스승으로 모시던 순간부터 함석헌이 타계할 때까지를 다룬다. 한국전쟁과 4.19혁명, 민주화운동 등 격변기를 두 사람이 사제지간 혹은 사상적 동지로 걸어온 과정은 한국 현대사의 생생한 증언으로 읽힌다. 김 교수는 "'역사의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함 선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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