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CNN에 나와 트럼프 칭송하다 '아웃' 당한 트럼프 측근 밀러

중앙일보

입력

백악관의 실세이자 '트럼프 광팬'으로 소문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33)이 '앙숙' CNN과의 인터뷰 도중 앵커로부터 '아웃'당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트럼프 찬양, CNN 비난 쏟아붓다 앵커와 설전 #앵커, "시청자 시간 충분히 낭비했다"며 인터뷰 끝내버려

7일 오전(현지시간) CNN의 간판 앵커인 제이크 태퍼(48)가 진행하는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한 밀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 논란을 야기한 서적 '화염과 분노'에 대해 첫 질문을 받았다.

그는 책에서 트럼프를 공격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향해 "기괴한(grotesque) 인간" "복수심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비난한 뒤 "그 책은 쓰레기이며 작가도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밀러는 배넌이 백악관에서 물러나기 전에는 배넌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밀러는 이어 "트럼프는 천재적인 정치인이다. 뭔가 새로운 속보가 나오면 불과 20분 안에 준비된 연설문에 10개의 문장을 하나의 오류도 없이 새롭게 집어넣어 1만명의 군중 앞에 연설을 하는 걸 2년 동안 곁에서 지켜봤다"며 트럼프 찬양을 길게 이어갔다.

7일 인터뷰에 출연해 앵커와 설전을 벌이고 있는 스티븐 밀러

7일 인터뷰에 출연해 앵커와 설전을 벌이고 있는 스티븐 밀러

이에 태퍼 앵커가 러시아 게이트를 지적하자 밀러는 "당신네 회사(CNN)는 주 7일, 24시간 내내 품에 칼을 숨기고 흥미롭게 그 책 이야기를 외설스럽게 다루고 있다"고 도발했고, 태퍼는 "그런 적이 없고 그 책의 인용 문장을 다룬 것"이라고 받아쳤다.
또 밀러가 "트럼프는 첫 연설을 원고를 보지 않고 연설했고, 사업을 일으켜 백만장자가 됐고, TV업계에서 혁명을 일으켰다"며 트럼프 칭찬을 이어가는 걸 태퍼가 제지하자 "당신은 업신여겨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퍼가 "난 당신이 왜 날 공격하는 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밀러는 "당신들은 24시간 '반 트럼프' 보도를 신경질적으로 하는 데 최근 수 주 동안의 보도는 특히 오류 투성이"라고 비난을 거듭했다. 태퍼가 질문을 하려할 때마다 밀러는 말을 가로막고 CNN 비난을 이어갔다. 태퍼가 "진정해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밀러의 막무가내식 답변이 이어지며 태퍼 앵커와 설전이 계속됐다. 밀러는 "CNN은 하루 24시간 내내 '반 트럼프' 소재를 다루면서 미 국민들에게 (내가 지켜 본)대통령과의 진솔한 경험을 들어볼 3분도 안 주느냐"고 따졌다. 이에 태퍼는 "지금 당신은 신경쓰는 한 시청자(트럼프)를 즐겁게 하기 위해 아부하고 있다. 난 시청자들의 시간을 충분히 낭비했다고 생각한다. 쌩큐, 스티브"라고 말을 가로막으며 인터뷰를 도중에 끝내버렸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 CNN의 태퍼가 트럼프 정부의 밀러와의 인터뷰를 짓밟아버렸다. 이 CNN 아첨꾼의 증오스럽고 불공정한 (태도를) 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지난해 8월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 정책을 발표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CNN 백악관 출입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지난해 8월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 정책을 발표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CNN 백악관 출입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CNN도 지지않고 밀러가 인터뷰에서 쓴 단어를 꼬집어 '인터뷰에서 나온 '기괴한' 것들 '24'가지'라는 기사를 실어 밀러의 무개념을 꼬집었다.

극우 성향인 밀러는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연설문을 주로 썼으며 지난해 1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대통령 취임사도 그의 작품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8월 TV로 생중계된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 브리핑 자리에서 CNN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짐 아코스타와 거친 설전을 벌여 '트럼프 이너서클'에서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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