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야무야 덮어둘 일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마을운동본부의 비리는 가면갈수록 어이없고 복잡하게 얽힌 내용들을 드러내고 있다. 1백수십만평에 달하는 국·공·사유지를 떡주무르듯한 영종도사건의 충격도 큰데 베일을 벗기기가 무서울 정도로 구질구질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얼마전에는 새마을본부의 전회장 개인업체격인 새마을신문에 88억원의 예산을, 월간새마을감지에 32억원을 국고지원했던 사실이 알려지더니 이번에는 7억원짜리 중고선 스캔들이 또 드러났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마을지도자의 해외연수경비도 유용되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 터져 나오는 비리들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대충 두가지인것 같다. 그 하나는 지금까지 감사원감사에서 적발된 몇몇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그 내면엔 엄청난 사실이 얼마든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감사원감사가 제5공화국에서 이뤄져 감사를 하는데는 나름대로 한계와 제약이 따랐을 것이다. 감사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해도 현장확인과 서류심사가 고작인 감사기능의 성질상 모든걸 파헤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막강한 수사권과 수사기술로도 감추어진 사실들을 깡그리 들추어내기란 지난한 일인데, 현재의 감사권과 감사기술로 얼마나 그 속을 제대로 파헤쳤을지 궁금하다.
국민이 품고 있는 또다른 의문은 캐기에 따라서는 더 많은 의혹과 흑막이 나올 것 같은데도 수사당국이 못본체, 모르는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의혹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나타난 부정과 비리만으로도 법적인 문제를 삼을만하다.
그런데도 무슨 영문인지 그많은 문제들이 세상의 구설과 시비로만 유야무야되고 마는 인상이다. 시시콜콜한 부정사건에도 집요하게 달려드는 당국이 액수도 액수려니와 수많은 직원과 공무원들이 관련된 의혹사건을 덮어두고 있는건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민주화를 표방하고있는 새정부는 싫든 좋든간에 구시대의 적폐를 씻어내고 새로 출발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그것이 구시대와의 완전결별이나 청산을 의미하지 않더라도 이번 사건처럼 적어도 양성화되고 국민의 의혹을 사는 사건이면 좀더 사리를 따질 필요가 있다. 세상에선 머리를 갸우뚱하는데 관계기관만 그런 일이 있는지 없는지 은근슬쩍 넘어간다면 새정부의 도덕성과 정당성까지도 의심받게된다.
그뿐아니라 정부의 부담이 될수도 있다.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 선거나 봄철 학원가의 주요 쟁점이 될수도 있는 문제를 안이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계제가 아닌것 같다.
더군다나 이나라 사법과 법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나 새마을정신을 되살리고 새마을 운동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도 이번 사건은 의혹이 남지 않게 진상이 제대로 드러나야 한다. 새마을운동본부가 엄연한 공적기관이고, 각종 특혜와 비위가 관의 묵인으로 이루어졌으며, 적지않은 정부예산이 투입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모든것에 대해 「알아야할 권리」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