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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박 거포 경쟁, 배구코트 공습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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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 1일 천안에서 열린 경기에 앞서 손을 잡고 입장하는 현대캐피탈 문성민(왼쪽)과 삼성화재 박철우. 현대캐피탈이 3-1로 이겼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지난 1일 천안에서 열린 경기에 앞서 손을 잡고 입장하는 현대캐피탈 문성민(왼쪽)과 삼성화재 박철우. 현대캐피탈이 3-1로 이겼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 ‘라이벌 명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에는 걸출한 라이트 공격수가 한 명씩 있다. 문성민(32·현대캐피탈)과 박철우(33·삼성화재). 요즘 두 선수는 두 팀 관계처럼 한국 남자배구의 불꽃 튀는 맞수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오랜만에 선두를 다투면서, 두 선수의 대결 구도 역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삼성 선두 싸움 이끄는 맞수 #문성민, 순발력으로 간결한 번개타 #국내 선수 득점 1위, 강서브도 위력 #박철우, 2m 큰 키로 고타점 폭포타 #오픈·후위 등 공격 성공률 1위 올라 #둘 다 주장 맡아 불꽃 튀는 대결 #팀 맞대결선 2승2패, 우열 못가려

개인 성적만 놓고 본다면 문성민과 박철우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백중세다. 문성민은 득점 부분(외국인 선수 포함) 6위(354점)다. 국내 선수 중 1위다. 박철우는 그 뒤를 바짝 쫓는 7위(343점)다. 두 선수 모두 경기당 17점 정도 뽑기 때문에 사실상 엎치락뒤치락하는 셈이다.

성공률을 놓고 보면, 박철우가 공격(57.98%), 오픈 공격(53.44%), 후위 공격(59.67%)에서 1위(외국인 선수 포함)다. 시간차 공격(77.5%)에선 문성민이 독보적 1위로, 박철우(64%, 7위)를 압도한다. 둘 다 광서버지만, 서브 득점도 문성민이 세트당 0.39개(7위)로 박철우(0.26개, 10위)에 앞선다.

눈여겨볼 대목은 두 팀 간 맞대결 때 기록이다. 이번 시즌 양 팀은 네 차례 격돌해 2승씩 나눠 가졌다. 문성민은 네 경기에서 68점을 올렸고, 서브 득점 4개, 블로킹 7개를 기록했다. 박철우는 57점, 서브 득점 3개, 블로킹 7개로, 문성민이 근소하게 앞선다.

문성민 vs 박철우

문성민 vs 박철우

팀의 주포라는 점을 빼면 둘의 스타일은 크게 다르다. 오른손잡이 문성민(키 1m98㎝·몸무게 90㎏)은 많이 움직이는 스피드형 공격수다. 빠른 스텝으로 자리를 자주 옮기면서 공격하고, 빠르고 간결한 스윙으로 상대 블로커를 속인다. 서브 때도 빠른 스윙으로 강서브를 넣는데, 지난해 올스타전 서브킹 콘테스트에서 역대 최고인 시속 123㎞를 기록했다. 웬만한 야구 투구 스피드다.

왼손잡이 박철우는 큰 키(2m)와 좋은 점프를 앞세워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공격이 일품이다. 오픈이나 퀵오픈도 좋지만, 국내 최고의 후위 공격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좋은 점프력 덕분에 센터 못지 않은 블로킹 실력도 자랑한다. 박철우의 서전트 점프(제자리 뛰기) 높이는 80㎝(문성민은 69㎝)다. 문용관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문성민과 박철우는 모두 한국 남자배구 최고의 공격수다. 둘 다 경험이 많이 쌓인 데다, 이번 시즌 주장까지 맡으면서 한층 노련해졌다”고 평가했다.

경기 외적으로 두 선수는 비슷한 삶의 경로를 지나고 있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팀 내 위치 때문이다. 두 선수 모두 결혼했다. 박철우는 신치용 전 삼성화재 단장의 둘째 딸인 신혜인(33)씨와 2011년 결혼해 슬하에 소율(6), 시하(2)를 두고 있다. 문성민은 2015년 박진아(35)씨와 결혼해 2016년 아들 시호(2)를 낳았고, 이번 달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다.

14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전에서 활약을 펼친 현대캐피탈 문성민(가운데). [사진 한국배구연맹]

14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전에서 활약을 펼친 현대캐피탈 문성민(가운데). [사진 한국배구연맹]

팀 공격의 상당 부분을 떠맡아야 하는 에이스라는 점에서, 둘 다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문성민은 지난 시즌 직후 무릎 수술을 받았다. 박철우는 최근 어깨·발목 통증으로 고생했다. 그렇다고 원하는 대로 쉴 수도 없다. 두 선수만 놓고 본다면 팀 사정상 박철우의 부담이 더 크다. 현대캐피탈은 공격 옵션이 다양하다. 문성민의 공격 점유율이 팀 내 1위(31.1%)이긴 하지만, 이는 외국인 공격수 안드레아스(26.4%)의 점유율이 떨어져서다. 송준호(12.9%), 신영석(9.4%) 등 다른 공격수들도 웬만한 몫을 해준다. 반면, 박철우(27.6%)는 외국인 공격수 타이스(44.1%)와 둘이서 팀 공격을 주도해야 하는 입장이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공격을 많이 하다 보니 박철우가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다. 일정도 빡빡한데 선수들이 잘 버텨줘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11월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환호하는 삼성화재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11월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환호하는 삼성화재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둘은 같은 팀에서 뛸 뻔했다. 대학 4학년이던 2008년 독일 리그에 진출한 문성민은 2010년 국내 복귀 때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다. 박철우는 경북사대부고 졸업반이던 2004년 프로에 직행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다 2010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박철우가 삼성화재로 이적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면제를 혜택을 받은 문성민은 8년간 꾸준히 연봉을 끌어올려 현재 4억5000만원을 받는다.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5억원)에 이어 전체 2위다. 박철우의 연봉은 4억원으로, 프로 14년 차지만 군 복무(2015~16년)로 2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누가 더 많은 연봉을 받을지는 두 선수의 활약과 팀 성적에 달려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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