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 '해변' 발언 의도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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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한 주간지에 "솔직히 노무현.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느냐 하면 노무현"이라는 자신의 발언이 보도된 뒤 이 전 총재에게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공개 사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8일 "이 전 총재라는 특정 인물을 거론한 지난번 케이스와, 당인(黨人)으로서 당에 대한 걱정 때문에 쓴소리를 한 이번 논란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 시장은 시간이 흐르면 오해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별도의 공개 반응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 논란을 단순한 '표현상의 실수'나 진의가 와전된 수준으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배후엔 서울시장 후보영입 문제에 대한 박 대표와 이 시장 간의 갈등이 깔려 있다. 이 시장 입장에선 한나라당의 차기 서울시장 선거가 다른 어느 지역의 선거보다 중요하다. 여당 후보가 당선돼 '청계천 복원'을 비롯한 자신의 업적을 깎아내리면 대선 가도에 치명상이 된다. 열린우리당 후보 가능성이 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 비해 한나라당 예비주자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뒤지고 있음에도 박 대표가 외부 영입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게 이 시장 불만의 핵심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 시장이 만나자고 제안했으나 박 대표는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시장의 '해변가 발언'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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