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일 월드컵 AI 초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날로 확산하면서 월드컵 축구 개막을 석 달여 앞두고 있는 개최국 독일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주 사이에 야생조류 170마리가 AI로 폐사한 것은 물론 애완동물인 고양이가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어가는 등 사태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일부 현지 언론과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악의 경우 월드컵 일정이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고양이 잇따라 감염사=독일 북부 뤼겐섬에서는 7일 H5N1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은 고양이 두 마리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고양이들은 AI에 감염된 야생 조류를 먹고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이곳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H5N1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은 것이 처음 확인됐다. 오스트리아 남부 슈타이어마르크주의 그라츠에서도 고양이 한 마리가 H5N1 양성반응을 보였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농업장관은 "아직 고양이로부터 인간에 AI가 전염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잠재적인 가능성은 있다"고 경고했다.

죽은 고양이 주인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AI 감염 증세는 발견되지 않았다. 독일 당국은 주민들에게 고양이를 집 밖에 내지 못하게 하고 개도 줄에 매지 않고는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인플루엔자 프로그램의 마이클 퍼듀 연구원은 "포유류인 고양이가 AI에 감염됐다는 것은 같은 포유류인 인간에게 급속도로 전파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아시아.중동 등에서 모두 175명이 AI에 감염됐으며 이 가운데 95명이 사망했다.

◆ 월드컵 축구 어떻게 되나=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최근 "독일의 AI 사태는 아직 월드컵 본선 개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인간에게 전염되는 상황이 된다면 정부가 뭔가 조치를 해야 하고 FIFA는 그런 조치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사 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월드컵 취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베에벨 횐(녹색당) 하원 농업위원장은 "AI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월드컵처럼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 행사를 취소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HO의 인플루엔자 프로그램 책임자인 클라우스 스퇴르는 "전 세계 사람을 모아놓고 월드컵을 여는 독일에서 전염병이 퍼진다면 큰 문제"라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