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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바닷길 막아라…한·미·일vs중·러 '해상전쟁'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오후 전남 여수항 앞바다 묘박지에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제품을 이전한 것으로 파악된 홍콩 선적 선박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정박해 있다. '[여수=연합뉴스]

29일 오후 전남 여수항 앞바다 묘박지에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제품을 이전한 것으로 파악된 홍콩 선적 선박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정박해 있다. '[여수=연합뉴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선박들이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유엔 제재를 피해 북한 유조선과 정유제품 밀수를 하다가 적발된 데 대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두 나라가 자국 선박들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인 정유ㆍ석탄 등의 대북 밀수를 차단하도록 촉구하면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다음달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유엔 한국전 참전 16개국+한국ㆍ일본ㆍ인도 등 19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소집해 이같은 불법 무역을 원천 봉쇄하도록 대북 바닷길 차단에 동맹국들의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북한 유류제품 밀매 적발 계기, 북 해상 봉쇄 압박 강화 #매티스 장관 "안보리 결의위반 선박 차단은 회원국 의무" #틸러슨 장관 1월 16일 유엔 참전국 해상차단 회담 지원 #중ㆍ러 자국 밀수 선박 단속 미온적…무역전쟁 가능성

매티스 "해상봉쇄(Blockade)까지 할지 미래작전 추측 안 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틸러슨 장관의 북한의 해상차단을 지원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분명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가 금지하는 거래를 하는 선박을 자신들의 항구에서 발견할 경우 회원국들은 나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진 회원국들이 이같은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을 봐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국 정부가 북한 선박에 화물을 환적한 홍콩 선적 선박을 나포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후 “이같은 작전이 대북 해상봉쇄(Naval Blockade) 수준까지 갈 건가”에 대해선 “우리 군의 미래 작전이 어떻게 될지 추측하진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매티스 장관은 또 “나는 현재 군사적 옵션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국제 사회의 많은 외교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 아래 외교적인 노력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말뿐이 아니라 실제 조치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달 중순 밴쿠버에서 공동 주최하는 외교장관 회담이 외교관들이 북한 문제를 해결을 주도하는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국무부도 이날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유조선도 동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불법 환적(Ship to ship transfer)’ 방식으로 정유연료를 제공한 증거가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러시아를 포함해 모든 유엔 회원국이 대북 제재를 엄격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제유와 북한 석탄의 선박 간 환적을 포함한 유엔이 금지한 불법 거래를 차단하는 데 보다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ㆍ러 “유엔 결의 위반 안 해”…쫓고 쫓기는 해상 전쟁 예고

한국 관세청이 11월 24일 나포한 홍콩 선적 중국 배인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같은 달 14일 여수항에서 일본 정유제품 600t을 싣고 당초 목적지인 대만으로 가지 않고 같은달 19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삼정-2호에 몰래 환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유조선 비트야즈호는 지난달 15일 1600t의 정유를 싣고 극동 슬라브얀카항을 떠나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삼마-2호에 환적했다고 유럽 보안소식통들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문제의 배들은 공해상에서 선박의 정확한 위치를 송신하는 트랜스폰더(무선송수신기)를 끈 채 밀거래를 했지만 출항 때부터 미국 등이 위성으로 추적해 불법 환적을 적발했다고 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북한 선박(례성강 1호)이 서해상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서 금지한 선박 간 환적을 하는 위성 사진(10월 19일 촬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북한 선박(례성강 1호)이 서해상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서 금지한 선박 간 환적을 하는 위성 사진(10월 19일 촬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하지만 중국에 이어 러시아 외교부도 자국 선박의 불법 밀수거래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으며 안보리 결의 위반 활동을 한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앞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한ㆍ미ㆍ일 등 동맹국 대북 해상차단 세력과 중국ㆍ러시아 불법 밀수 선박들 간 쫓고 쫓기는 싸움을 예고한 셈이다.

미국, 나포한 윈모어 유엔 제재 추가하려다 중국 반대로 실패   

월스트리저널 등은 30일 윈모어호와 삼정-2호 등 북한과 중국ㆍ홍콩 선박 6척은 당초 미국이 안보리 제재 블랙리스트에 추가할 것을 요구한 10척 안에 포함됐지만 중국이 거부해 빠졌다고 보도했다. 안보리에서 해상 밀수에 연루된 선박을 단속하려는 미국과 자국 선박 보호에 나선 중국이 정면 충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윈모호가 삼정-2호와 나란히 멈춰 정유제품을 옮겨 싣는 위성사진들과 또 다른 중국 화물선인 위위안(Yu Yuan)호가 안보리 제재 이후 북한 석탄을 싣고 러시아 사할린 남부 홀름스크항에 하역하는 사진을 제시했지만 거부권을 지닌 중국의 반대에 막혔다고 한다.
이에 안보리는 ‘릉라 2호ㆍ을지봉 6호ㆍ례성강 1호’ 등 북한 선박 3척과 팔라우 선적 ‘빌리언스 No.18호’ 등 총 4척만 제재 대상에 지정했다.

대신 미국은 지난 22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북한의 청진ㆍ원산ㆍ남포항 등 해안선 1000㎞를 봉쇄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유엔 회원국이 북한과 불법 거래 의심 선박이 항구에 정박하거나 영해를 운항할 때 정선ㆍ검색할 수 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집어 넣으면서다.
이에 틸러슨 장관이 1월 16일 밴쿠버 회담이 한반도 근해 해상차단 작전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며 중국을 향해 석유 차단을 강하게 요구한 것과 관련 중국ㆍ러시아가 자국 대북 밀수 선박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한 제재나 무역 전쟁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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