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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400호|33년간 한국문학 선도|55년 창간 이후 휴간 한번 없이 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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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후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간판급 순 문예지 월간 『현대문학』이 오는 4월호로 지령 4백호를 맞는다. 이는 문예지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일반잡지사상 최 장수 기록이기도 하다.
1954년 12월15일 「문화의 핵심은 문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한국 현대문학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창간호(1955년 1월호)를 펴낸 『현대문학』은 만 33년 4개월 동안 단 한 권의 결호나 휴간 없이 계속되어오는 기록도 세우고 있다.
해방 이후 『백민』 『문예』 『자유문학』 『문학』 『문학춘추』 등 숱한 문예지가 나왔지만 길어야 30호를 채우지 못했다.
이 같은 척박한 문단 풍토 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현대문학』은 따라서 『문학사상』(통권 1백85호), 『한국문학』(통권 1백73호), 『월간문학』(통권 2백29호) 등의 장수문예지를 비롯, 『세계의 문학』 『문예중앙』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동서문학』 『문학정신』 등 오늘날의 튼튼한 문예지 풍토를 조성하는 선구적 역할을 수행했다.
창간 당시의 문인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발표 지면이기도 했던 『현대문학』이 창간사에서 다짐했던「한국 현대문학의 건설」을 실천해온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문인배출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문학』의 신인추천제도를 통해 등단한 문인들은 이달 말 출간될 지령 4백호에 이르기까지 시인 2백67명, 소설가 1백명, 평론가 62명, 극작가 8명, 수필가 8명 등 총 4백45명에 달한다.
김관식 박재삼 박용래 황금찬 문덕수 정공채 유경환 이제하 황동규 고은 마종기 이성부 이승훈 문병난 정현종 김초혜 유안진 오세영 오규원 이건청 등의 시인, 오유권 이범선 최일남 박경리 서기원 한말숙 천승세 정을병 이문구 유재용 최인활 김국태 조정래 현길언 등의 작가, 김양수 홍사중 김우종 원형갑 사강 신동욱 김윤식 박동규 홍기삼 임헌영 이선영 전영태 이동하 김선학 등 평론가들이 『현대문학』 출신이며 모두 문단의 중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창간당시 3천부에서 현재 문예지로서는 국내 최대인 3만부의 발행부수를 갖고 있는 『현대문학』의 장수 요인은 이 같은 신인 배출이나 문학상제도 외에도 창작물 위주의 편집 방침을 계속 고수해 왔다는 점이 꼽힌다. 또한 창업주 김기오(작고) 이래 김광수(대한교과서 주식회사 대표)·김필식(작고) 등 발행인들의 적자를 무릅쓴 재정지원도 크게 기여해 왔다.
편집인은 초대 주간 조연현(작고) 이후 김윤성 윤재근 신동욱씨로 이어지고 있으며 편집장은 오영수(작고) 김수명 김국태 감태준씨로 바뀌어 왔다. 「특징 없는 보수주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황폐한 전후 문화풍토를 문학으로 재건해온 『현대문학』은 지난 2월 주식회사 형태로 개편,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지령 4백호가 될 4월호에는 「시·시조 1백인 특집」 「현대문학이 우리문단에 끼친 영향」 「나와 현대문학」 등을 특집으로 게재할 계획이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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